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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호 Jul 24. 2023

타이밍이 중요했던 깨달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경우 타이밍이 중요한 것 아시나요?




우리 부모님은 작은 시골 마을에서 우리 삼 남매를 교육하기 위하여 조금 더 큰 도시로 이사를 하는 것을 결정하셨어요. 

제가 다녔던 중학교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 대부분은 연합고사를 치고 그 성적에 따라 조금 큰 도시로 나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추세였어요. 

우리 부모님은 제가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시기에 맞추어 아이들을 좀 더 큰 물에서 놀게 하고 싶으셨나 봅니다.        


중학교 때는 나름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지내다가 부푼 마음을 안고, 아니 크게 겁도 내지 않고 담담하게 고등학교로 입학하고 수업을 이어나갔어요. 물론 걱정도 되고 겁도 났지만 

"어떻게 되겠지? 내가 공부를 못 하는 사람도 아니고 말이야."

친구들과 금방 친하게 못 지내겠지만 시간이 걸릴 뿐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복병은 친구가 아니었죠.     



3월 말에 시험을 보았어요. 제 기억으로는 국어, 영어, 수학 그렇게 주요 과목을 봤던 거 같아요. 

시험을 보고 금방 반 석차와 성적이 나왔는데 학생 수가 40명 가까이 되는데 그중 뒤에서 2등을 했더라고요.      

엄청난 충격이었죠. 중학교에서는 전교 석차로 앞이었는데 이럴 수가!  


그때 저는 충격과 함께 위기감이 같이 들었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집에 가서 성적표를 내밀었죠. 성적표를 보신 부모님은 

"촌 동네에서 도시에 와서 그렇지. 너도 금방 잘할 수 있다!" 

도시식으로 시험 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오히려 격려해 주셨어요. 시골과 도시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셨어요. 인원이 많은 학급에서 경쟁에 이미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이 시험공부를 좀 더 꼼꼼하게 하고 시험 문제는 쉽게는 안 나온다는 거죠.



그날 이후 교실에서 다른 아이들이 공부하는 참고서를 염탐(?) 하고 좀 친한 아이들에게는 중학교 때 문법 공부는 뭘로 하고 수학은 뭘 배웠는지 정보를 수집했어요.

아침 자습 시간에 조용히 엄숙히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 색달랐어요. 

공부시간에 선생님의 설명은 반은 외계어 같았어요.     

그런 시간 중에 뒤골이 서늘한 위기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내가 중학교 때 공부한 것은 장난이었구나!’

‘이대로는 큰일 나겠구나. 비상이다!’ 


고등학생이었지만 '나'라는 사람의 근간이 흔들리는 대사건이었어요.     




4월에 체육대회를 했는데 이어달리기를 응원하며 보다가 머릿속에 떠오른 깨달음이 있었어요.

엎치락뒤치락 이어달리기를 하는 아이들이 처음에 많이 뒤처지면 따라잡기가 정말 어려워 보였어요. 앞 서가는 사람을 따라잡으려면 달리기를 월등하게 잘해야 가능하겠구나 그런 깨달음이 들었어요.    

 

"아! 공부도 그렇겠네. 지금 안 하면 계속 뒤처지고 따라가기 어렵겠네."


'지금은 고등학교 1학년이고 새로 시작하는 달리기와 같아서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에게 공부는 계속 힘들겠구나. 현재는 시작이라 내 주변에 성적이 비슷한 아이들이 우글우글하지만 곧 이 아이들 중에서 앞으로 나가는 아이들이 있고 지금 따라가지 않으면 나중에 격차가 생겨서 전력 질주를 해도 더 힘들어지겠네.'


 

그 당시 저는 학원이나 과외를 하는 같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내 힘으로 이 공부를 해서 점수가 올라가야만 나는 앞으로 공부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님께서 뒤에서 2등 한 성적을 보시고도 너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강한 믿음을 주셨기 때문에 혼자서 그런 계획을 짜고 시작했던 것도 같아요. 




그래서 중간고사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를 시작했어요.

가장 부족한 과목이었던 영어와 수학부터 참고서와 문제집을 사고 교과서를 이해 못 하면 친구에게 묻고 선생님께 묻고..

그게 안 되면 막 외웠어요.

드디어 중간고사를 치고 나니 절반 정도 등수가 올라갔어요.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올라갔다는데 용기를 얻고 내가 공부하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지요.     

그다음으로 기말고사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정리한 스케줄표를 작성하고 내가 봐야 될 문제집, 참고서를 차근차근 풀고 또 풀었어요. 지금처럼 인터넷 강의나 학원을 있었면 참 좋았겠지만 혼자 생전 처음 코피를 쏟아가며 공부를 힘겹게 해 나갔어요.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시간을 참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요. 저녁 도시락을 먹고 또 간식을 사 먹던 시간이 좋았지요.     


그러던 중에 드디어 기말고사가 실시되었어요. 떨리는 마음으로 며칠 동안 시험을 치르고 결과를 살펴보니 웬만한 암기 과목 시험 성적은 아주 좋았고 부족했던 수학, 영어, 과학 성적이 중간고사보다 잘 나왔어요.     

결론적으로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때 반에서는  10등 안에 들게 되었어요.

저에게는 등수보다 더 의미가 있고 기뻤던 것은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싸워서 성과가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엄청 잘한다고 할 수 없는 성적이었지만 그 이후 더 좋은 성적을 얻는 바탕과 자신감을 얻었고 공부하는 방법과 공부의 기쁨을 알게 되어 너무 뜻깊었어요.     


타이밍을 놓치지 않은 깨달음으로 고등학교 남은 기간 동안 좋은 성적과 즐거운 학교생활, 나아가 내 인생의 중요한 시점을 열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반년 만에 그게 가능할지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때 깨닫지 않았다면 

그때 공부에 몰입하지 않았다면

많이 다른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고 싶은 그림책은 유리 작가님의 <앙코르>입니다.


이 그림책은 작가님이 바이올린을 만드는 작업실에서 1년 이상 관찰하시면서 그린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원래 나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했지만 진로를 수정하여 멋진 성공을 거두는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이죠.

“앙코르”는 누군가 버린 바이올린이 오랜 시간 공들인 장인의 손길로 원래의 모습을 되찾게 됩니다. 그리고 잘 어울리는 연주자와 하나가 되어 청중을 매료시킨 뒤 앙코르의 환호성과 박수갈채 속에 푹 빠져드는 과정을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노란 딱지가 보이는 케이스와 악보 보면대가 책이나 많은 생활도구들이 쌓인 곳에 있어요. 그런 바이올린을 장인이 주워서 오는 거죠. 그냥 쓰레기로 두었다면 이 악기는 두 번째로 주인을 만나지 못했겠지요.

이미 실패했고 못한다고 확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이 바이올린을 통해 떠올랐어요. 

나도 성적이 안 나왔을 때 고쳐보고자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경험도 못 했겠지요.









   바이올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세하고 아름답게 그린 그림책을 보면서 이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그곳에 가 보고 싶어 졌습니다.

소소하게 지내고 큰 성공을 바라지 않는 사람도 

다른 사람의 앞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사람도

어느 순간 성공을 위한 타이밍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못 한다, 어렵다, 미리 포기하지 마시고 지금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전력 질주를 위해 운동화 끈을 다시 매어 보시길 바랍니다.


망가진 바이올린이 앙코르 받는 연주를 해 내듯이 여러분도 조금 늦을 뿐 결승점에서는 웃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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