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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래곤 아저씨 Sep 20. 2023

#07 아프다는 것과 주변의 사람들

넌 나의 쓸모야!

산다는 것은 어차피 아픈 것이다. 

그러나 아픔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생명을 향해 용솟음치는 

환희가 있다. 

그것이 바로 

희망이다.      

이해인 수녀      

살면서 크게 아파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아프다는 것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딱히 할 기회도 명분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처음으로 크다면 큰 병을 앓게 되며, 내 삶은 큰 휘청거림으로 흔들렸는지 모르겠다. 항상 개념을 세우고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습성으로 아 프다는 건 무얼까 라는 질문을 시작했다. 사람이 아프다는 건 신체나 정신이 어떠한 질병에 걸려 정상적으로 작동하거나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사회생활을 영위하는데 문제가 생기는 상태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질병에 거렸다는 건 보통의 경우 그 당사자의 잘못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질병에 걸리고자 또는 뻔히 걸릴줄 알고 일부러 용을 쓰겠는가. 대부분 그건 교통사고처럼 뜻하지 않게 마주하는 충돌같은 것에 더 가깝지 않을까. 우리가 보통 남자들의 공감능력에 대한 비유로 많이 인용되는 것처럼, 교통사고가 나면, 보험 접수는 했는지, 사진은 찍었는지 이런 것부터 지적하고 체크하고 하기 전에, 대부분의 우리가 원하는 건 다치지는 않았는지, 괜찮은지 살펴주는 마음이 아니던가. 몸과 마음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3.8선처럼 나뉘어진 영토가 아니기에 아프다는 것의 1단계 치료는 바로 이 ‘살펴주는 마음’일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역할상 전문가로서 의사가 살펴주는 마음, 가족으로서 구성원들이 살펴주는 마음, 사회 구성원으로서 동료들이 살펴주는 마음, 친구들이 해주는 역할이 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다방면에서 이러한 지지와 보살핌이 필요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앞서 서두에 인용한 글처럼 산다는 건 어차피 아픈 것이다.처럼 우리는 모두 아프게 된다. 다만 아픈 것으로 그치지 않고, 생명을 향해 용솟음 치는 희망이 있기에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간직할 때 나의 생명을 지속할 힘이 생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에게는 다행히도 나를 보살펴 주고 보듬어 주는 사람이 어느정도 있었으며, 그로인해 짋병으로 쓸모 없어졌다는 생각으로 좌절할 시기에, 그래도 방전되지 않게 해주는 사람들이 존재하였다. 바로 이전 해에 결혼한 와이프가 그랬고, (물론 그녀에게는 비극이었겠지만), 그녀는 크게 뭘 하지 않아도 쓸모 없어진 나를 버리지 않고, 옆에 있어 주는 것 만으로 치유였고, 희망이었다. 최근 재미있게 보고 있는 ‘무빙’이라는 드라마를 보다, 극중 장주원과 황지희의 고기먹는날 밥상 대화에서, 책상에서 컴퓨터 중심의 업무를 봐야하는 장주원이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다며, 힘든 고백을 할 때, 황지희가 ‘넌 나의 쓸모야, 난 너의 쓺모고’ 라는 짧은 대사가 가슴을 울리며 머리에 콱 박히는 것 같았다. 쓸모라는 건 결국 가치가 있다는 말이고, 내가 아직 쓸모가 있다는 믿음은 생명의 용솟음치는 희망을 갖게 하기 때문에, 아플 때는 비로서 내가 쓸모없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럴 때 대단한 위로나 지원이 필요한 것이 아닌, 상대방의 가치가 아직 충분히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정도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당사자는 나의 쓸모를 버리지 않고 지켜주는 사람들을 위해 희망을 갖고 남은 평생을 살아가면 되는 것 같다. 

  내가 아플 때 소중한 시간을 내 나를 찾아와 나에게 아직 가치가 남아 있다고 느끼게 해준 몇몇 사람들은 바로 내가 평생 함께 그 그들의 쓸모를 지켜주며 그 가치를 지켜주겠노라 다시한번 다짐하게 된 사람들이며,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갖게 해준 사람들이다. 이것이 내가 깨달은 주변의 사람들의 범주를 재정립하게 한 나의 아팠던 시기의 경험과 깨달음 인 것 같다. 

  아프다는 건 단신의 쓸모를 변화시키는 것이지, 당싱의 쓸모를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아프면서 느낀 것입니다. 모든 아픈 분들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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