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오른편 옳은편(4), 다시 무너진 세계

다시 무너진 세계

by 별똥별 shooting star



다시 만들어지는 세계: 계몽주의의 두 갈래와 유토피아의 붕괴


일곱 번째 장은 미국식 계몽주의와 유럽식 계몽주의의 차이를 비교하며, 그 결과가 어떻게 역사의 궤적을 바꿨는지 보여준다.


미국 독립혁명은 로크적 전통을 계승해 개인의 권리와 덕을 보호하는 제도를 세웠다. 반면 프랑스 혁명은 볼테르식 이성 숭배와 루소의 일반의지를 앞세워 종교와 전통을 배제하고, 집단주의적 유토피아를 추구했다. 그 결과 자유는 전체정치로, 평등은 관료적 지배 체제로, 박애는 배타적 민족주의로 전락했다.


버크는 프랑스 혁명이 전통과 종교를 파괴했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실제로 프랑스 혁명 이후 낭만적 민족주의, 제국주의 그리고 과학적 실증주의는 집단적 목적을 개인 위에 두었고, 이는 20세기 나치즘과 공산주의의 참극으로 이어졌다.


콩트와 듀이의 실용주의, 관료제 중심의 국가 경영 철학은 미국에서도 확산되었으나, 이는 독립선언과 헌법에 기반한 건국 정신을 점차 약화시켰다. 저자는 이러한 흐름이 결국 개인의 목적을 제거하고 집단적 역량만 강화한 비극적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불의 연단: 신계몽주의와 의미의 공백


여덟 번째 장은 20세기 이후 신계몽주의라 불린 사조를 다룬다. 나치즘, 공산주의, 우생학 등이 보여준 비극은 신앙과 목적을 제거한 계몽주의가 바벨탑처럼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드러냈다.


키르케고르는 이미 계몽주의가 인간 실존의 문제에 답하지 못한다고 지적했고, 실존주의는 이 공백 속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실존주의조차도 하나님 대신 주관성의 숭배로 흐르며 의미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프로이트, 킨제이 등은 인간을 본능적 쾌락 추구의 동물로 격하시켰고, 신계몽주의자들은 과학을 새로운 도덕 체계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과학은 도덕의 근원이 될 수 없었고, 인간에게 필요한 의미를 제공하지 못했다.


저자는 신계몽주의가 인류를 진정으로 구원하지 못하며, 오히려 유대-기독교 전통과 그리스적 목적론을 떼어낸 채 문명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경고한다.



원시종교로의 회귀: 주관성, 피해자 서사 그리고 교차성


아홉 번째 장은 현대 사회가 이성과 보편적 도덕을 버리고 주관성과 피해자 서사에 집착하는 흐름을 비판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는 유대-기독교적 가치와 객관적 도덕 대신 혼돈과 주관주의를 받아들였다. 도덕은 희생의 부산물로 격하되었고, 역사는 진보의 이야기 대신 억압의 이야기로 재구성되었다.


1960~70년대 신좌파는 성적 해방, 피해자 담론, 교차성을 앞세워 사회 시스템 자체를 붕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자아 실현을 최고의 가치로 두었지만, 종교·목적론·자본주의가 강조하던 덕과 공동선은 배제되었다.


교차성은 사회를 분열시켰으며 좌우 극단을 동시에 강화했고, 피해자 정체성을 강조하는 문화는 개인을 약화시키고 집단 간 갈등을 격화시켰다.


저자는 이르한 흐름을 원시종교적 회귀로 규정한다. 과학과 이성, 개인의 존엄이라는 문명의 성취는 자아 존중이라는 허약한 가치에 의해 위협받고 있으며, 이는 문명을 퇴행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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