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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92608601
1. 국내 1위 빅테크 기업 네이버가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를 인수하는 초대형 M&A에 나선다. 이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네이버의 정체성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전환의 시작이다.
2. 인수 방식은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주를 발행해 두나무 지분과 맞교환하는 '포괄적 주식 교환'이 유력하다. 이는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두나무의 핵심 주주들을 '네이버 연합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3. 표면적인 목표는 양사의 인프라를 결합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결제·송금·디파이(DeFi)를 아우르는 미래 디지털 금융의 패권을 장악하는 데 있다.
4. 이 빅딜의 중심에는 '창업자' 이해진과 송치형이 있다.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해진 의장이 위기 돌파를 위해 직접 설계했으며,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후배이자 창업자 DNA를 공유하는 송치형 회장과의 개인적 신뢰와 비전 공감이 결정적인 동력이 되었다.
5. 이번 빅딜의 배경에는 피할 수 없는 위기감이 있다. 네이버는 미국의 AI 공세로 핵심 사업인 검색엔진의 수익성이 흔들리고, 중국 C커머스의 확장으로 e커머스 성장에도 한계에 부딪혔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절박함이다.
6. 두나무 역시 연간 1조 원의 막대한 이익에도 불구하고, 매출의 98%가 거래 수수료에 편중된 불안정한 사업 구조와 '코인 회사'라는 부정적 인식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7. 양사의 결합은 폭발적인 시너지를 예고한다. 네이버의 80조 원 규모 결제 네트워크와 3,300만 명의 페이 가입자 위에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력이 결합하면, 스테이블코인의 즉각적인 대규모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8. 이는 단순한 협력을 넘어, '넥스트 네이버'를 향한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다.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통합 법인을 네이버 본사와 합병시켜, 송치형 회장을 그룹의 핵심 리더이자 주요 주주로 세우는 미래까지 그리고 있다.
9. 결국 미국의 AI, 중국의 커머스 공세라는 외부 위협이 네이버의 생존 전략을 강제했고, 수수료 수익을 넘어 안정적 플랫폼 확장을 원했던 두나무의 필요(Needs)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서로의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인 셈이다.
10. 만약 딜이 성사된다면 국내 핀테크 시장의 판도는 완전히 재편된다. 네이버페이와 업비트가 결합한, 결제와 디지털 자산을 아우르는 압도적인 '슈퍼 플랫폼'이 탄생하며 기존 금융권까지 위협하는 '메기'가 될 것이다.
11. 하지만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 분리)'라는 강력한 규제다. 금융당국이 핀테크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거래소 인수를 어떻게 해석할지가 딜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이며, 이는 향후 빅테크와 가상자산 산업의 관계를 결정지을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12. 또한 기업가치가 더 높게 평가받는 두나무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 거래 성사 후 금융정보분석원(FIU)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는 것, 경영자들 간의 갈등 등 복잡한 절차적 과제들이 남아있다.
이번 M&A는 미국의 AI와 중국의 C커머스의 공세라는 '빠르게 닥친 위기'에 맞서, 네이버가 '디지털 금융 플랫폼'이라는 변하지 않을 미래 가치에 베팅하는 승부수다.
검색 플랫폼이라는 기존의 정체성을 과감히 바꾸려 하면서도, 성공의 본질인 '사용자 기반과 네트워크 효과'는 더욱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만약 규제의 벽을 넘어 통합에 성공한다면,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핀테크 제국을 건설하고 이를 발판 삼아 라인(LINE) 등 기존 글로벌 네트워크와 결합해 'K-핀테크' 모델의 탄생을 기대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