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스러운 저녁을 먹는다.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by michelle Kim

오랜만에 엄마들과 만났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딸기가 놓인 접시를 앞에 두고,

각자의 시간을 천천히 꺼내는 중이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렀다.


웃음이 나왔다가,

어느 순간 눈물이 맺혔다.

누구도 그 흐름을 막지 않았다.


각자의 삶은 다르다.

사는 곳도, 형편도, 아이의 상태도 다르다.

하지만 우리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하나뿐인 아들이

발달장애, 자폐라는 것.


아이를 통해

우리는 처음으로 ‘장애’라는 현실을 만났다.


예고 없이 찾아왔고,

설명도 부족했고,

돌아갈 길도 없었다.


그 이후의 삶은

계속해서 배우는 시간이었다.


어디에서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 것들을

각자의 하루로 익혀왔다.


우린 매년 모여서

딸기 뷔페를 먹기로 했다.

조금 비싸고, 조금 사치스럽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이 자리에서는

아이 이야기를 숨기지 않아도 되고,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된다.


말을 하다 멈춰도

그 침묵이 어색하지 않다.


누군가는 여전히 힘들고,

누군가는 잠시 숨을 고르고,

누군가는 다시 흔들린다.

그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 테이블 위에서만큼은

서로의 이야기가

그대로 놓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딸기는 달았고,

이야기는 무거웠다.

하지만 그 두 가지가 함께 있었기에

이 시간은 견딜 만했다.


아마 내년에도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계절에,

조금 달라진 얼굴로.


이 모임은 사치라기보다

조용히 삶을 이어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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