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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폴 Nov 26. 2021

너의 모래 언덕에게 나의 모래 언덕이

영화 <듄 Dune>


그 아이와 <>을 보기로 했었다. 지금은 눈썹 모양도 기억 안 나는 아이와. 그 정도로 오래 기다린 영화란 얘기다.


<듄>에서 곤충을 닮은 미래의 비행 물체를 본 사람은 분명 항공기를 사랑하는 사람이겠지. 바람이 불어야만 날개를 펼치는 사막의 옷자락에 마음과 시선간 사람은 패션에 조예가 깊을지도 모른다. 팔천 년 후라는, 먼 미래 우주 정복의 세계관에 주목한 이들은 SF와 게임을 섭렵한 부류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말에 주목하는 부족의 사람. 아무도 모르게 둘만 대화할 수 있는 수화와, 타인을 내 의지대로 움직이게 하는 '보이스'와, 눈과 꿈으로 하는 말에 집중하고 빠져드는 인간이다.

상상해본 적 없는 아득한 시간이 흐른 다음에도, 무엇보다 중요한 게 언어라는 사실은 얼마나 놀랍고 다행한 일가. 매일 새로운 단어를 수집하는 나 같은 사람은 죽을 때까지 해독 못한 말이 이 세상에 남아있단 사실이 아까워 마음 놓고 말을 잊지도 못할 테니.


영화 속 시간이 가리키는 숫자는 10191년인데 그때도 우리 후손은 지금의 우리와 비슷한 걸 먹고 입고 타고 다닌다. 언어를 지배하는 자가 모든 것 위에 있 게 다를 뿐.


전작 <컨택트(Arrival, 2016)>에서도 그랬지만, 드니 빌뇌브에게 세계의 비밀을 여는 열쇠는 문자 언어음성 언어의 해독인 게 분명하다. 우주의 생성과 소멸을 아름답고 위험한 사막과, 반복되는 꿈과, 새로운 말로 풀어쓴 배경이 궁금해져 그에게 영향을 준 작품 목록을 찾아 보았다. 핫하다고 소문난 텐동 집에서 사십 분째 안 나오는 텐동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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