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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토라 Mar 04. 2023

육아하는 엄마 심리상담을 받고나서.

아빠 반 엄마 반 아니고. 특별한 내 아기

"엄마 닮았네~"하는 말에 나는 움찔한다.

나는 나를 아니까.

세상에는 완벽한 단점도, 장점도 없으므로

나를 닮았다는 그 무언가는

더 낫게 만들고 싶은 욕구도 동시에 떠올리게 하니까.


나는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토리를 더 잘 키우고 싶기에

나부터 알아야겠다 싶어서 기질/성격/유형 검사를 했다.


편협하거나, 과하거나, 부족함 없이

골고루 발달시키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


생각보다 결과는 놀라웠다.


육아에서는

참자아가 대외적인 나(페르소나)를 누르고

거침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이를 보면서 하는 많은 고민들은

사길 나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던 욕구였던 것이다.


나는 "정서"를 중요시 여긴다고 한다.

타인에 비해 월등히 정서를 강조하며

완벽함을 추구하고

인내심이 아주 매우 높다고 나왔다.


이러한 특성으로 아이에 대해

매우 희생적인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염려를 들었다.

나를 더 돌보라는 의견도 함께.


결과에 대해 생각해봤다.

아주 당연했다.


결과중심적인, 수치중심적인 삶을 살아왔고

인터넷의 홍수같은 정보는 멈추질 않았다.


내 성향과 환경이 합쳐져서

내 육아는 한계없는 높이뛰기 트레이닝처럼

점점 더 강도를 높이는 훈련이 되어가고 있었다.


"적당한 선을 찾으셔서, 만족을 하시고

중간만 한다 생각해보세요." 라고 조언해주셨지만

난 답을 하지 못했다.


2023년의 대한민국에서

아이한테 적당히 하자고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아이 밥먹는 식탁의자를 사보자.


그게 뭐 별거인가? 우리 먹는 식탁의자에서 먹이면 되지. 라는 분도 계시겠지만,

60센치의 작은 아기를 식탁의자에 앉히기란 사실 쉽지 않다. 어른이 매번 무릎에 앉힐수도 없고.


우선 애용하는 포털사이트, 맘카페에 검색해본다.

한국은 시장이 크지 않아서 종류가 보통 5개 내외로 추려진다. 그 중에 절반이상은 수입 브랜드가 차지하는 것 같다.


- 이 후기는 광고 같은데?

- 이건 수입 브랜드라 비싸네?

- 지금 주문해도 6개월 대기네?

- 이건 중국산인데 아기가 쓸건데 괜찮나..

- 이름도 되게 복잡 비슷한데, 차이가 뭐지? 블로그에 정리해둔거 있나 찾아볼까?

- 안되겠다 캐럿마켓 찾아보자. 이거 사실 상품 훼손이 많이 된건 아닐까? 에이 이가격이면 새거사지.

- 하아. 못 고르겠네. 한번 보고 사고 싶은데, 오프라인몰은 너무 멀리 있네. 아기랑 못 가겠는데.


이렇게 검색의 늪에 빠진 와중에

아기는 울고 밥챙겨줘야하는게 현실아닌가.


여기서 "중간만 한다."는 건

어떤 행동을 의미하는건지 난 모르겠다.


"교육"쪽으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더 다양한 선택지와

섬세한 계획이 요구되기 때문에 끝도 없다.


당장 어린이집을 보낸다고 생각해보자.


- 동네 어린이집은 대기가 90명이네?

- 멀리라도 보내면 되지. 어라? 평가가 왜 안좋지.

- 놀이학교는 뭐지?

- 영어유치원도 영아도 이제 받는다고?

- 국제학교 킨더반?

- 그런데 어린이집을 잘 정해야 5살에 가는 유치원하고 연장이 잘 된다구?

- 유치원 친구를 잘 사겨서 초등학교도 같이 가는게 좋다구?

- 초등학교는 사립/국공립/국제학교 고민해봐야한다구?

- 그러면 사교육을 하는 양도 분위기도 다 다르다구?

- 우리는 이사를 어디까지 할 수 있지?

- 부동산 가용현금은 어떻게 되지?

- 미래에도 우리가 그대로 일까? 이 일을 할까?

- 우리가족이 어디에 살아야하지?


아이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순간,

내 인생을 송두리째 새로 셋팅해야한다.

특히나 교육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대안을 가지고,

큰 흐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온 가족이 합의가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그러나 세상이 너무나 복잡해졌고

변화가 빨라졌다.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

어떤 아이로 크는 것이 이아이에게 좋은 것인지 조차

그려지지가 않는 세상이다.


30년 전에는 공부잘하는 개천에서 용된 아이가 인정받았겠지만.


돌아와서, 결론적으로

나는 내아이를 엄마반 아빠반으로 키울 수 없다.

중간으로도 키울 수 없는 엄마다.

아이의 개성과 인격을 너무나 존중하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고민과 힘을 다해

(그것은 나를 돌보는 일을 포함한다)

토리 그 자체가 특별한 카테고리가 되도록

할 것이다.


오늘도 사랑을 충전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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