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탐구 일지 시작

by 유리멘탈


20대가 된 지금에서야, 내가 정신적으로 취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도 조금이 아니라 많이…

대표적으로 불안, 초조를 동반한 강박, 완벽주의, 우울, 무기력 등이 있다.

나를 진료한 의사선생님도, 20회기 가까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상담선생님도 내가 가지고 있는 증상이 너무 많아서 어느 하나로 콕 집어서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 나 자신은 얼마나 혼란스러웠겠는가? 생각해보면 매일 하루도 마음 편히 살았던 적이 없다.

그냥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또는 혼자 극복할수 있다고 생각하며 날린 세월이 너무 길다. 10대에도, 20대 초반에도 돌이켜보면 혼자 힘들어했던 기억밖에 없다.

이것도 아마 우울한 뇌의 반추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냥 죽지 못해 사는 상태이다. 아무런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고 무언가를 시작할 힘도 없다. 미래에 대한 어떠한 기대도 희망도 없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시체처럼 살다가 조금만 자극 받아도 깊은 우울로, 절망의 늪으로 빠져버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하루 아침에 상태가 괜찮아지고 힘이 나고 의욕이 생긴다. 그러면 ‘나 괜찮아지고 있는건가?‘하는 희망을 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희망에 부풀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해야지‘ 한다. 그러다가 또 금방 고꾸라진다.

의사선생님은 이 패턴을 보고 경조증과 우울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조울 2형이 의심된다고 하셨다.

사실 나도 어느정도 의심은 하고 있었다. 너무 반복되는 패턴에 지쳐서 이제는 경조증일때조차도 그냥 ’아 오늘은 좀 살만하다’라는 생각만 할 뿐, 희망을 품지 않는다.

어차피 또 다시 우울해질걸 알기 때문에… 일반적인 조증 환자들이 하는 것처럼 자신감에 차서 이것저것 일을 벌리지는 않는다.


분명 나에게도 가끔 불안하고 우울해도 이정도는 아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친구랑 노는게 마냥 즐겁고 행복하던 시절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지… 껍데기만 남은 것 같다.


그게 잘못된 것, 이상한 것이 아니고 내가 그냥 평생 관리하며 살아야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받아들인지 얼마 되지 않았다.

10대에는 자기혐오로 나 자신을 사랑한 적이 없었다. 이렇게 제기능을 못하는 뇌를 가지고 여기까지 살아온 것도 대단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게 된것도 아마 한 2달 됐으려나? 하루아침에 깨달은 것은 아니고 그냥 여러 경험을 하면서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시작했다.

얼마전에 학교 상담 선생님께 추천을 받아 만났던 의사선생님께서 초진때 내가 써갔던 메모를 읽어보시고 (생각해보면 이것도 일종의 메모 강박이 아닐까..) 해주셨던 말이 있다.

조울증은 미국 부자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병이라 투자가 활발해서 연구도 그만큼 활발하다고, 그저 내가 내 병을 잘 알고 관리하면 괜찮다고, 그냥 내 뇌의 일부분이 제대로 기능을 안하는 것 뿐이라고, 약도 평생 먹을 필요 없다고 하셨다. 그저 상태가 많이 안좋을때만 먹으면 된다고… 그 말을 듣고 꾸준히 치료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나중에 내가 내 상태를 잘 캐치하고, 정상적인 일상을 보낼 수 있을때쯤 이 기록들을 다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위안을 얻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