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7)

by 김소희

아버지, 공황이 또 찾아왔어요. 울고 말았어요. 공황이 아니라 믿고 싶었어요. 존재하지 않은 것을 찾다 보니 진실이 보이지 않았어요. 불안하여 공황이 찾아온 것인데, 불안을 덮어놓고 공황에 매달렸어요. 약으로 치유할 수 있는 어떠한 질병이란 믿음 하에 저를 두었어요. 이건 공황이 아니었지요. 저의 불안함, 시험을 앞두고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심지어 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내는 저에 대한 불안함이었어요. 불안함을 찾고 찾으며 울었어요. 제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또 생각했어요. 저의 죽음이 이토록 염원하던 일이라면 아직까지 살아있는 저 또한 끈질기지 않나요? 죽고 싶다는 소망 뒤에 진심을 조심스럽게 드러냈어요. 너무 사랑하여 그런 것이다. 지나치게 사랑하여 안타까운 마음에 그런 것이다. 사실은 죽길 바라지 않는다. 너무나도 살고 싶다. 제 옆에 누워있는 이 사람과 내일을, 미래를 살아가고 싶다. 진실한 욕망이 꿈틀대자 물이 터지듯 고백이 흘러나왔어요.


사실은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았으면 해. 내일을 기대했으면 해. 계속 나아갔으면 해. 잘 해왔듯이.

몇 년간, 아니 평생을 기다리던 말이었어요. 그 말을 드디어 찾았어요. 단 한 문장이면 끝날 불안이었는데.


몇 년 동안 우울증, 불안, 식이장애, 공황 등으로 삶의 끈을 놓고 싶었던 건 사실이었지요. 더해서, 그 모든 순간을 지나오고, 후를 살아냈던 것도 사실이에요. 저는 삶을 놓칠 수 있었던 위기의 순간을 한 번도 아니고 수차례 견뎌왔어요. 이겨냈어요. 얼마나 대견한가요. 왜 저는 그런 자신을 칭찬 한 번 하지 못하고 혹독한 이상으로 몰아붙이기만 했을까요. 이제라도 알았으니 몇 번이고 되뇌었어요.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않았으면 해. 스스로의 말이 위로가 되어 심장 박동이 눈에 띄게 잠잠해졌어요. 약의 도움이 앞으로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저의 삶을 제대로 살아낼 거라는 다짐이 들었어요.

언제고 어느 때고 위험한 늪으로 빠져들 때 구원해 낼 진심을 찾아내 다행이에요. 고생한 저를 위해 울었어요. 스스로를 위해 살 내일을 위해, 글을 써요. 아버지께 풀어내요.


오랜만에 가지가 아닌 뿌리를 내렸어요. 기분 좋은 전환점이에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XX.XX.XX 새벽

막내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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