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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깨작 Jun 29. 2023

책을 읽다가

다 그렇게 산다

나는 그날 아침부터 괜히 걷잡을 수 없이 우울해 있었다


박완서, 《쑥스러운 고백》 중에서


꼴찌대열에 합류한 마라토너를 응원하며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환호한다는 내용의 글이었는데

내 눈은 글의 큰 흐름 어딘가가 아닌, 엉뚱하게도 구석에 있는 저 한 줄에서 멈춰 섰다


이유 없이 가라앉으면(저 밑바닥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죄책감이 들었다

평온한 일상에 배가 불렀나 싶었으니까


그런데 그래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본디 인간이란 존재가 워낙 들쑥날쑥 하니(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럴 수도 있는 건데 다른 이들도 다 저리 사는가 본데 나를 너무 가두고 살고 있구나 싶다


토요일 밤부터 시작된 이곳 장마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예보를 충실히 수행 중이다(일주일 가량 이런 장마가 이어질 거라고 했다) 5일째 구름 속에 있다 보니 멍해진다


갑자기 튀어나온 한 줄이 위안을 주듯

어느 샌가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짠 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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