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깨작 Sep 20. 2023

선언

해보자

2023년 9월 20일 오후 12시 31분


막연히 글을 쓰고 싶었다. 신랑이 출근하고, 아이들이 등교하교 난 후 나의 시간. 차 한잔  우려내어 책상에 앉아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는 그 모습이 왠지 멋져 보였다. 가족들과 함께 하고 혼자만의 시간에는 글을 쓰고, 그 글로 물질까지 얻을 수 있다면. 나의 내향성과 서귀포 생활에 딱 어울리는 업이라 생각했다.


기록을 뒤적거려 보니 브런치에 공간을 얻은 게 작년 11월 경이었는가 보다. 근 1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나는 이 생각을 얼마나 현실로 실현시키고 있었는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어느 정도 행동으로 옮기며 살아왔는가. 


사직을 했고,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양지영 작가님의 5주 간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다. 온라인으로 김현 시인님과 시 같은 것을 쓰고 나누었고 한 달여간은 브런치에 매일 그날의 생각들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것들은 기한이 정해졌던 지금은 종료된 내 글쓰기들이다. 감사일기, 5년 일기, 기도일기는 매일 이루어지고 있는 내 글쓰기이다. 


또 독서를 하며 작가와 대화했다. 대화라는 표현은 괜히 있어 보이려 쓴 말이고. 책에서 공감되는 구절, 나와 같은 상처를 갖고 있다고 고백한 작가의 한 구절에 눈을 멈추고. 나도 멈추고. 되새기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어렴풋이 박완서 님의 글에서 본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꼭 필요하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라고. 그런 것 같다. 괜히 울컥하다.


요즘 들어 부쩍 이제 내 안의 것을 밖으로 다 꺼낼 때가 가까워 오고 있구나.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겠구나. 누가 나에게 마감 기한을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도. ‘이제 미룰 만큼 미뤘어. 이제 시작할 때라고!’ 라며 내 안의 내가 나를 종용한다. 이걸 무슨 느낌이라고 해야 할지. 그런데 나는 느낀다. 때가 가까워 오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벗어나면 사라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아픔은 혼자서도 커져 있었고, 되레 돌아가기도 애매한 상태가 되고 있었다. 나의 고통을, 분노를, 억울함을, 상처에 난 고름들을 다 짜내고, 그 고름이 잘 아물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어둠에 직면해야 하는구나. 밝음에 서기 위해서는 어둠 앞에 먼저 서야 하는구나. 어둠 없는 진짜 밝음으로 변화되고 싶다. 그래 이제 해보자.


이제 글을 써 보자. 놓지 말고 쓰자. 잘 쓰려하지 말고 그냥 쓰자. 나에게 칭찬하며 매일 글을 쓰자. 오늘 나에게 선언하는 글이다. 

작가의 이전글 도리가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