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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깨작 Sep 21. 2023

어떻게 책을 보다가 웃어?

교육전공자가 할 수 있는 이야기

나의 유년시절, 학창 시절에는 도서관이 흔치 않았다. 그마저도 내가 도서관에 관심이 없었거나, 조금 관심이 생겼을 때에는 내가 살고 있는 소재지에는 도서관이 없고, 도심으로 나가서도 친구에게 도서관증을 빌려야 대출이 가능한 정도였다. 소속되고 싶은데 내가 가진 여건으로는 도서관 아웃사이더가 현실이다 보니, 도서관에 대한 목마름이 계속 있었다.


첫 아이가 태어나고 근처에 작은 도서관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유모차를 끌고 그곳에 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에릭 칼, 존 버닝햄, 앤서니 브라운, 「달님 안녕」, 「잘 자요 달님」, 「사과가 쿵」, 「괴물들이 사는 나라」, 칼데콧 수상작 등. 유아교육 전공서에 나온 작가들, 제목이 익숙한 책, 그리고 수상작까지 오랜 친구를 만난 듯했다.


서귀포로 정착해서는 인근에 도서관이 여러 군데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금 먼 지역의 도서관 책은 버튼만 누르면 내가 사는 지역의 도서관으로 배달해 주고(상호대차 서비스/책두레 서비스), 내가 이 책 보고 싶다고 신간을 신청하면 도서관이 대신 돈을 지불하고(희망도서 신청/희망도서 바로대출) 나는 읽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 너무 좋았다.


이제는 도서관의 이용자가 나 혼자가 아니라 큰 아이, 작은 아이, 그리고 신랑까지 4개의 도서관증을 만들어 마음껏 아무 때나 책을 볼 수 있다. 아이가 원하는 전집을 통째로 빌려오다가 신랑의 한쪽 인대가 늘어나 정형외과를 다녔던 에피소드도 추억이다.


친숙해서인지 큰 아이는 도서관을 좋아하고, 작은 아이는 서점의 분위기를 더 좋아한다. 신랑도 서점가는 것을 즐기고 예전에 비해 책을 가까이하는 편이다. 일주일에 2일 정도 육지로 출근할 때 신랑이 책을 챙기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


내가 책을 보고 싶으니 자연스레 티브이를 끄게 되고, 주황색 조명을 켠 채 의자에 앉아 있으니 가족들도 그런 조용한 분위기에 익숙해진 듯하다. 그렇다고 매일 이렇게 사는 건 절대 아니다. 나는 옛날 드라마 광팬이고, 세 남자는 FIFA 2023에서 선수를 키워가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각자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도 보낸다는 얘기다.


엄마가 책을 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본다는 말을 나는 체험했다. 큰 아이가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되었는데 학교 도서관도 자주 드나드는 듯하다. 내가 책을 보다 웃기라도 하면 작은 아이도, 신랑도 “그게 그렇게 재밌어? 어떻게 책을 보다가 웃어?”라고 나를 신기하게 본다. 조금씩 친숙하게 느껴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는 내가 이상한가 싶을 정도로 계속 혼자 낄낄, 큭큭 대니 이상할 만도 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그 시절 나는 혼자 도서관을 갔고, 거기서 만난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과 에세이를 보며 종종 웃었다. 일본에 사는 그 작가는 자신이 한국의 작은 섬에 사는 누군가에게 그리 큰 존재인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작가에게 항상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무엇이든 엄마가 진짜로 좋아하면 아이들은 느낀다. 그리고 엄마가 왜 그걸 그리 좋아하는지 엄마에게 엉덩이를 바짝 붙이고 앉아 같이 하고 싶어 한다.


나는 미니어처를 모으거나 만들고, 식물도 키운다. 배우는 걸 좋아해서 구몬학습의 일어와 한자도 학습한다. 이런 부분에는 큰 아이보다는 작은 아이가 함께 하고 싶어 하고, 실제로 엄마가 시작한 구몬학습지를 지금은 두 아이 모두 한다. 자꾸 내 한자 학습지를 본인들이 해보겠다고 하길래, 그렇게 하고 싶으면 각자 거 하자고 한 게 이제 조금 있으면 1년이 되어 간다. 처음에는 선생님도 아이들을 공부시키려고 엄마가 하는 줄로 오해하셨다. 지금은 아이들과 상관없이 나의 취미라는 걸 선생님도 아신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그게 책이든, 공부든, 게임이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먼저 찾고 아이가 관심을 보이면 그때는 같이 하면 된다. 그게 바로 엄마도 아이도 가족 모두가 행복한 순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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