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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깨작 Apr 27. 2023

아무튼, 손수건

나의 촌스러운 애장품

학교에서 걸서악으로 생태탐험대를 다녀온 둘째 아이가 선물이라며 하얀 천을 건넨다.

"엄마가 손수건 좋아하니까, 나뭇잎 모양 잘 나오게 열심히 빻았어."

"어머나~ 이 정도로 나뭇잎 모양 나오려면 팔이 엄청 힘들었겠는데? 감동이다!"


맞다. 나는 손수건을 좋아하는 엄마다. 내 가방에는 사계절 내내 손수건이 꼭 들어있다. 대학교 때 엄마에게 선물 받은 꽃 자수가 있는 흰 손수건을 선물 받은 후 그때부터 손수건을 지니고 다녔던 것 같다. (나의 첫 손수건은 감물로 염색해서 지금도 가지고 다닌다)


지금의 신랑과 데이트하던 시절,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땀을 닦았던가 싶은데 그걸 보고 신랑이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 보면 굉장히 촌스럽게 여기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다만 손수건을 가지고 다닌다고 야리야리하고 바람에 흘려갈 듯한 여성을 상상하지는 마시라. 그냥 손수건 자체만 좋아하는 거니까.^^




아무튼 나에게 손수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애장품이다. 소장 중인 손수건의 크기는 두 가지이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크기와 조금 더 큰 크기의 손수건이 있다. 아무래도 다방면으로 사용하려고 가지고 다니다 보니 조금 더 큰 크기의 손수건이 더 유용하긴 하다.


봄에는 비염으로 흐르는 눈물, 콧물 닦는 용도로, 여름에는 땀을 닦거나 갑자기 바닷가에 갔을 때 유용하다. 아이들 발에 묻은 모래를 털어주거나 목 뒤가 타지 않도록 물을 적셔 목에 감기도 한다. 겨울에는 목이 쌀쌀하다고 느껴질 때 얼른 목을 감싼다. 처음에는 낯설고 아날로그라 느꼈던 세 남자도 이제는 으레 내 가방에 손수건이 있는 것을 알고 먼저 찾는다. 세 남자도 결국 손수건의 매력에 빠져버린 거지.




두 아이가 학교나 외부에서 염색활동을 종종 하는데, 대부분 손수건에 감물이나 쪽물을 염색한다. 색도 다르고 모양도 다양하고. 염색한 손수건은 빨수록 색이 바래지면서 생기는 운치가 있다. 엄마를 향한 아이들의 귀여운 마음까지 덤으로 따라오니  아이의 염색 손수건 선물이 나는 그렇게나 좋다.

두 아들에게 선물 받은 손수건들

다만, 아이들이 손수건을 직접 염색을 해서 가져오는 경우 내가 집에서 할 뒤처리가 있다. 보통은 염료가 묻은 젖은 상태로 가져오기 때문에 얼른 중성세제에 담가 조물 조물 빤 후 염색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헹궈내야 한다. 이 작업을 여러 번 해 준 후 햇볕에 바짝 말려야 한다. 조금 귀찮을 때도 있지자연색을 품은 손수건이 생기는 작업이라, 신나게 그 과정을 즐긴다.


아무튼, 나는 손수건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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