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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준 Jun 11. 2022

하늘을 일곱 번

추체험의 여로

하루에 하늘을 일곱 번 볼 수 있다면

세상 누구보다 여유로운 사람이라고 했다


청약이니 뭐니

업무 분장이니 뭐니

하늘을 가르는 바람 소리에 땅만 보며 거닐었는데


왼편에는 바다가

오른편에는 오름이

팔짱 끼는 이곳에서는

빛나는 물결이 하얀 이를 보이며 미소 짓고

가녀린 초목들이 손을 흔들며 하늘을 가리킨다

푸름과 푸름이 부둥키는 곳으로

날아가는 황금새의 지저귐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바람은 늘

왼편에서 오른편에서

차게 또 뜨겁게 항상 불어오는데

물결과 초목들은 슬며시 몸을 기울일 뿐이다

당연한 듯 태연히

모두 무사히


바람 불 때

그들처럼 몸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꼿꼿하게 바람에 버티어 서는 것보다는

바람이 두 볼을 스쳐 지나가도록

바람 소리가 내 고개를 떨구지 않도록

바람이 바람답게 흘러 날아가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사방에서 불어오는 모든 바람에

비스듬히 몸을 기울일 줄 알 때

비로소 하늘을 일곱 번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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