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체험의 여로
한 조사 기관이 밝히기를
한국 사람들이 잠드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11시 41분,
일어나는 시간은 오전 6시 35분
전체 응답자 중
자정 즈음에 잠드는 사람이 32%,
6시 즈음에 일어나는 사람이 31%
자정에 하루의 문을 닫고
아침에 새로운 햇빛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는
망각의 시간이다.
온 세상과 이별하여
내가 나에게서조차 잠시 잊히는 시간이다.
그 성스럽고 초연한 시간을 딱 반으로 나눈다면
기준점은 새벽 세시 즈음 될 것이다.
새벽 세시
까지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는 것은
전날의 묵은 피로를 고스란히 안으면서
숙면의 쾌락은 제쳐두면서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스럽고 초연한 시간을 쪼개어 함께 보냈다는 것이자,
고요히 의식의 뒤편으로 사라져
휘황찬란한 현실의 간판들에 눈을 감아버리는 순간까지 뒤로 미루는 일이다.
그날 하루에
미련을 가질 만한,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새벽 세시
까지만 영업하는 적당한 술집에서
오롯이 상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과
속삭임이 허락되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소소하지만 커다란 행운이다. 그리고
새벽 세시
까지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당신의 전날과 오늘을,
과거와 현재를,
때로는 미래까지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