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준 May 08. 2022

해녀의 부엌

작시 - 고개 들어 잊어버려야 할 때

2월의 바다에서 물질이 시작됩니다

아직 높이 서려 있는 한기(寒氣) 아래로 날아든 바다새들은

해면에 차오르는 몸부림을 차갑게 지켜봅니다  

무심히 불어나는 생의 무게를 짊어지며

빌붙어온 섬 자락에 묶여 있던 두 발이

새들처럼 날개를 펼치며 바다 아래로 날아듭니다

응어리진 하얀 물거품들

하나둘 바다 위에 던져두고

오직 잔잔한 물살만을 남겨두었더라도

부푼 마음 같은 테왁이 그녀를 놓지 않을 것입니다

호이—

호익—

생을 울리는 가쁜 숨비소리는

다시 해면을 일렁이게 만들고

바다의 숨결만을 담은 망사리라도

불턱에 발 디디며 몸을 녹일 때

그녀의 부엌에는 온기가 더해질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들 밥상에도

따스한 숨결 담긴 술 한잔이 일렁일지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더 큰사람이 되는 과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