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나 얼마 전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우리 지난주에 방학했거든. 그만두는 사람이 앞에서 나와서 인사를 했어. 근데 인사말이 좀 그랬어."
"뭐랬는데?"
"용서해 달래. 자기가 본의 아니게 상처 준 게 있으면 용서해 달라고."
"그런 말 해야 할 정도야?"
"사람들 참 힘들게 했어. 용서 안 할 사람 많을걸."
그 인사를 듣고 사람들이 보인 반응은 두 가지였다. '아니 다행이다.'와 '알면서도 그랬다는 거네.'
그 사람의 행동과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음은 다들 알고 있다. 본인도 아는 눈치니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 되었다.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에게는 칼을 휘두르며 함부로 굴었지만 강한 사람에게는 달랐으니 옮겨간 곳에서도 잘 살아갈 것이다. 바라던 용서는 받지 못하겠지만.
모국어와 외국어는 먼저 배우는 말이 다르다. 모국어는 집에서 필요한 말을 배운다. 생존을 위한 말이자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어휘 '맘마'를 일찍 배운다. '엄마'와 '아빠'도 일찍 배워 육아에 지친 양육자를 기쁘게 하고 고단함을 잊게 해 준다.
외국어는 인사를 먼저 배운다. 인사나 자기소개와 같이 집 밖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 해야 하는 말을 먼저 배운다. 한국어를 가르칠 때도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같은 인사를 먼저 가르치고 한국에서 어떤 상황에 어떤 인사를 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자신이 있던 곳을 떠날 때의 한국어 인사는 '용서해 달라'가 아니라 '그동안 감사했다'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본의가 뭐였든 당하는 사람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본의를 따지며 뒤늦은 변명을 할 게 아니라 그런 행동을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오랫동안 있었던 곳을 떠나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기대하지 않은 '뜻밖의 좋은 일'이 될 수 있고, 용서를 해 달라는 '특이한 인사'를 해야 하는 슬픈 일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