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에서 Sep 16. 2021

김영하 작가는 이 시간에 소설도 썼는데.

벌써 9월인가..

 김영하 작가가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했다는 것은 TV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들었다. 당시에는 어학당 수업이 오전에만 있어서 오후에 소설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일하기로 했다고 한다.


 대학원 논문을 다 쓰고 무사히 졸업을 했을 때 생각했다. 낮에 일하고 밤에 대학원 수업을 듣는 생활도 끝났고 논문도 다 썼으니 예전보다 시간이 많데 왜 시간이 많아진 티가 안 날까.

김영하 작가가 소설도 쓸 시간을 나는 그냥 흘려보내고 있었다. 물론 오전에만 수업이 있지 않고 오후 수업도 있고 수업 자료 제작이나 시험 출제 등 다른 일도 있었다. 그러나 대학원에 다니는 데 던 시간을 이제 안 쓰니 그만큼의 시간이 생겼는데 그 시간을 알차게 쓰지 못했다.


 시간은 한정적인 것이지만 마치 고무줄처럼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가장 바쁘게 살던 시기에 나는 주 5일을 외국계 회사 아침 출강을 갔다. 출강이 끝나면 학원에 가서 정규 수업을 하고 학원에서 오후 개인반 수업을 하거나 회사 출강을 갔다. 저녁에 대학원 수업이 있는 날은 학교로 갔고 수업이 없는 날은 회사 저녁 출강을 갔다.

 지금 생각하면 하루가 수업으로 꽉 찼는데 각기 다른 진도, 다른 내용의 수업 준비를 언제 다 하고 과제 검사는 언제 했으며, 대학원 과제와 시험공부를 할 시간이 어떻게 났을까 싶지만 가능했다.

 지하철에 앉아서 한국어 교재를 꺼내면 사람들이 쳐다본다. 교재를 한 번 보고 내 얼굴을 한 번 본다. 민망해서 펼치고 싶지 않지만 사람이 정말 바쁘면 그런 것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때는 회사 출강을 가는 지하철에서 늘 수업 준비나 과제 검사를 했다.

 밤에는 대학원 과제를 하고 주말에도 발표 준비나 시험공부를 해야 했음에도 나는 친구들의 결혼식 사진과 여행 사진, 부모님 생신 모임 사진에 빠짐없이 등장해 웃고 있다. 심령사진처럼.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훨씬 여유 시간이 많은데도 쪼그라든 고무줄 시간에 적응을 해 버려 별일 안 해도 바쁘다.

찬바람이 불어오고 가을 느낌이 나면 슬슬 초조해진다. 벌써 올해도 많이 지났구나.

시간은 없다고 생각하면 없고 내려고 하면 난다. 올해가 이제 4개월쯤 남았지만 마음만 먹으면 6개월처럼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럴 마음이 없는 것이 문제겠지만.

나태해질 때는 생각한다. 누구는 이 시간에 소설도 썼다. 반성하자.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고 특강을 들으러 갔을 때도 이야기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다.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추천해 준 선생님이 있었다. 그걸 듣는 시간이 너무 좋다며 꼭 들어보라고 했다. 팟캐스트를 들으며 작가님에게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을 부러워했다. 좋았겠다. 교실에 김영하 작가가 있고 이야기도 들을  있는 학교라면 나도 다니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디에 살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