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그렇지.
역시나 '부터'가 있다.
화분을 파는 트럭의 '무조건 골라 2000원'이라는 문구 옆에 쪼그만 글씨로 '부터'가 쓰여 있었다. 화분을 하나 사 갈까 했는데.
며칠 전 집에 가다가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는 과일 트럭의 수박 가격에 놀랐다.
‘꿀수박 5000원’
우와, 수박이 5000원이라니. 그런데 길을 건너 가까이에서 보니 ‘5000원’ 옆에 ‘부터’가 있었다.
‘부터’는 한국어를 배울 때 초급 단계에서 배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이라서 교재 앞부분에 나온다. 보통 시간을 배우는 단원에서 '부터', '까지'도 같이 연습하게 된다. 한국어로 시간을 말하는 법을 배우고 ‘부터’와 ‘까지’를 사용해서 하루 일과를 소개하는 식이다. "9시부터 1시까지 한국어를 배워요" 이런 식으로 문장을 만들게 한다.
‘꿀수박 5000원부터’를 보고 나니 한국에서 ‘부터’를 제대로 쓰려면 이런 걸 배워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9시부터 1시까지 한국어를 배워요’도 말할 수 있어야 하겠지만 ‘부터’의 존재감은 이럴 때 드러나는 법이니까.
한국에서 만족스러운 쇼핑을 하려면 '부터'를 좀 알아야 하는데...
가격 옆에 보일락 말락 하게 적혀 있는 두 글자를 무심코 지나치면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부터'가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있는데...
'꽃 무조건 골라 2000원부터'는 예쁜 건 2000원이 아니라는 뜻이며 '꿀수박 5000원부터'는 먹을 만한 수박은 5000원으로 살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