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후감

두 개의 자아

[독후감]'새의 선물'을 읽고

by 하늘소망

심리학 용어 중 '방어기제'라는 게 있다. 불안, 갈등에서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사고와 행동으로 억압, 억제, 부정 등이 있다. 이 소설에서는 자아를 보이는 나와, 바라보는 나로 분리하여 자신만의 방어기제를 가지고 살아가는 진희라는 12살 소녀의 삶이 나온다. 자기의 모습이나 행동을 또 다른 자기가 바라보면서 객관적으로 자기의 감정이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게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고 나도 그런 능력이 있기를 소망하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진희는 어머니가 죽었고 아버지는 집을 나가 버려 할머니, 이모, 삼촌과 함께 산다. 부모가 없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진희는 이 현실의 불안함을 이겨내기 위해 자아의 분리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면서 12살 아이의 모습이 조금씩 사라지고 점점 어른스러워지는 애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소한 일에도 웃고 우는 아이들과 달리 감수성이 낮았다. 대신 삶에 관조적이고 철학적인 사고를 했다. 공동우물과 공동변소를 사용하며 매일 만나는 이웃들에게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보면서 보이는 모습 말고 왜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판단도 하고 해석했다.

가장 가깝게 지내는 이모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힘들어할 때도 그 감정을 공감하기보다는 운명을 생각해 낸다. 소설 마지막에는 세월이 흘러 서른여덟 살이 된 진희가 나온다.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열두 살이던 때와 세상이 다를 바가 없다고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열두 살 때의 생각과 서른여덟 일 때의 생각이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소설을 다 읽고 진희의 삶을 반추해봤다. 유년시절의 불행이나 좌절감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를 성숙시켰지만, 그로 인해 잃은 것도 많다고 생각했다. 자아를 두 개로 분리시킴으로 인해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나쁜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좋은 감정도 오롯이 느끼지 못했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성경 마태복음 19장 14절에는 '어린아이들을 용납하고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 천국이 이런 사람의 것이니라'는 말씀이 있다. 감정표현이 솔직하고 순진한 아이들의 동심을 가지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소설 속 진희처럼 아이들에게 어른스러워지길 바라는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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