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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소망 Jun 10. 2024

딸의 공부 도와주기

점점 난이도가 높아지는 딸과의 공부

딸과 함께하는 공부는 유치원 때부터 시작되었다. 글씨도 같이 쓰고  그림도 같이 그렸다. 유치원 졸업이 다가오고 초등학교를 입학해야 할 무렵  글씨는 잘 읽었는데 시계를 볼 줄 몰랐다. 시간 단위는 알았지만 분 · 초단위를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 했다. 초등학교에 가면 시간표대로 하루가 돌아가므로 시계를 볼 줄 모르면 아주 답답할 것이다. 고민이 되었는데 어느 순간 시계를 보고 시간을 말했다.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했다. 초등학교 1학년때는 덧샘 뺄샘을 가르쳤는데 단위가 커지니 구구단을  알지 못하면 빨리 계산이 되지 않았다. 구구단을 외우라고 했는데 3단에서부터 자꾸 틀렸다.  심지어 2학년이 되어서도 거침없이 외우지 못했다. 계속 연습을 시켰는데도 잘 못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잘 외우게 되었다. 아이 스스로  구구단의 의미를 이해하니 자연스럽게 외워진 것 같았다. 주입식 교육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이해력을 높이는 교육이 필요함을 느꼈다. 그 이후로는 내가 주도해서 가르치기보다 물어보는 것을 가르쳐주는 방법으로 교육 방법을 전환했다. 초등학교  기간 내내 딸은 공부하면서  모르는 내용이나 어려운 숙제가 있으면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고 도움을 청했다. 내가 대부분 아는 내용이었지만 혹시 틀릴 수도 있어 교과서도 봐가며 가르쳐줬고 숙제도 함께해 줬다. 아이는 나의 가르침에 만족했다. 그래서 나도 보람이 있었고 딸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중학교 때는 주로 영어공부를 같이했다. 단순하게 영어단어를 서로 물어보며 단어를 익히게 했고  영어단어로 끝말잇기를 했다. 고등학생이 되니 수준이 높아져  내가 학업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대신  학교와 학원에 오갈 때  차로 데려다주고 데리고 왔다. 차 안에서 공부는 잘 되는지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필요한 교재가 있으면 빨리 사주는 것으로 나의 직접교육을 대신했다. 딸이 대학생이 되었다. 집을 떠나 타지로 갔고 전공과목도 내가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학업적으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아쉬웠다.


대학생인 딸은 TV의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은 관심이 없고 예능프로그램이나, 유치원 때부터 즐겨봤던 `짱구는 못 말려' 같은  어린이들 프로그램을 봤다. 대학생이면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비판적 사고 능력이 있어야 는데 아예 관심이 없으니 걱정이 됐다. 그래서 매일 신문사설이나 국내외 주요 뉴스를 내용과 함께 내 방식으로 요약한 글을 카톡으로 보내고 있다. 딸은 내가 보내준 내용을 읽었다고 답문을 보냈다. 대충 읽지 않고 좀 자세히 읽는 것 같았고 어쩔 때는 공부할 때 도움이 되는 내용을 보냈다고 좋아할 때도 있었다. 대학생 딸에게 학업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어 뭔가 허전하고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신문사설이나 기사를 요약해 보내는 것이 그 마음을 해소해 줬다. 지혜로운 발견이었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는 나이를 먹어도 항상 어린애처럼 보이고 계속 잔소리하고 가르쳐줘야 할 대상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어릴 때 주입식 교육방식처럼 일방적으로 가르치려고만 하면  안 되니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고 기다려주며 생각의 빈틈을 채워주는  틈새전략으로 아이의 사회공부 인생공부를 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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