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다가오면 어릴 적 교회 주일학교에서 성탄 전야제 준비를 위해 노래 연습을 하고, 연극연습을 하던 기억이 마음 한편을 포근하게 한다.
교회에서 예수 탄생 관련 연극을 할 때 주인공 역은 요셉과 마리아인데 나는 주인공을 해본 적이 없다. 동방박사 1,2,3 중에 한 명, 또는 여관 주인 역할 등 조연만 했다. 교회이기 때문에 연기 능력과 무관하게 하고 싶은 역할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나는 주연보다는 조연이 좋았다. 대사를 많이 외워야 하는 부담감도 있었고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극의 내용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았었다.
연습하는 중간중간에 간식도 먹고 연기를 어색하게 하고 서툴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웃고 떠드는 것이 그 시절의 나를 행복하게 했다.
성탄 전야제 행사 때 빠지지 않고 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성구암송이었다.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촛불을 들고 나와 성탄 관련 성경 구절을 외우는 것이었는데 계속 틀리고 순서 헷갈리고 머뭇거렸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며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에는 밤을 새워가며 게임이나 선물교환을 하며 놀다가 새벽에 성도들의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성탄찬송을 불렀던 새벽송의 기억도 있다. 새벽의 고요함이 성탄을 찬양하는 마음을 더 순수하고 깨끗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다시 오지 않을 그 시절이 지나버린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성탄찬송을 듣거나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면 그리움이 나를 감싸고숙연하게 한다.
성탄절이 다가올수록 유년시절, 학창시절의 추억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삶에 감사하게 만드는 건 아기 예수가 나에게 주는 선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