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은 너무 더웠고 길었다. 지금은 겨울이고 아직도 여름이 되려면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올여름이 다가오는 게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해마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뜨거운 여름을 갱신할게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여름이 반갑지 않지만 어릴 적에는 여름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었다. 추운 것보다는 더운 것이 낫기 때문이다. 어릴 적 겨울을 생각하면 추웠던 기억이 많다. 연탄을 이용해 난방을 했지만 아랫목만 조금 따뜻하고 웃풍이 있어 방안이 항상 썰렁했다. 그래서 방안에서도 두꺼운 옷을 입고 내복은 필수품이었다. 실내에서건 실외에서건 추위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 반면에 여름은 옷도 가볍고 편하게 입을 수 있고,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선풍기 앞에 있으면 어느 정도 더위를 피할 수 있고 잠을 잘 때도 옥상에 올라가 밤하늘을 이불 삼아 잘 수도 있어서 나에겐 가장 좋은 계절이자 낭만의 계절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한 친구는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겨울이라고 했다. 이해가 되지 않아 그 이유를 물어봤다. 추위는 피할 수 있지만 더위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친구의 집은 단열이 잘 되어있고 기름보일러가 있어서 집안이 따뜻했기 때문에 추위를 피할 수 있었지만 에어컨이 많이 없던 시대라 선풍기로 더위를 피하기에는 많이 부족해서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그 말에 그 친구가 많이 부러웠다.
지금은 어릴 적 그 친구처럼 여름보다 겨울이 더 좋다. 단열이 잘되어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여름이 더워도 너무 덥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기후위기라고 매스컴에서 말해왔는데 이젠 더 이상 다른 나라 이야기나 앞으로 다가올 이야기가 아니고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엊그제 내린 눈으로 덮인 산이, 빰을 시리게 하는 찬바람이 지난여름 더위를 기억하는 나를 위로해 주는 것 같으면서도 얼마나 더울지 예상할 수 없는 올해의 여름을 생각나게 하는 건 지난여름 뜨거웠던 더위로 기후위기라는 트라우마 속에 내가 깊숙이 빠져 버려서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