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비상문을 읽고
인생을 논하면서 죽음을 빼놓고 말할 순 없다. 그리고 죽음을 논하면서 자살을 빼놓을 순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서 수동적이고 천천히 다가오길 바라지만 일부는 자살이라는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죽음을 찾아가는 이들도 있다.
최진영 작가의 이 소설은 자살을 한 최신우의 이유를 궁금해하고 그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신우의 형 최금도 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도 신우의 자살 이유가 궁금해졌다. 평상시 학교생활에 문제가 없었던 평범한 고등학생이 죽고 싶은 이유가 많지는 않았을 것이고 자살로 이어지기에는 너무나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설 속 금도의 친구 반지는 신우가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해서 자살을 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을 했다. 사람마다 삶의 이유를 생각하는 정도가 다르겠지만 신우에게는 그 이유가 크게 다가왔을 것이라고 했다.
반지의 추측이 맞다면 신우가 투신을 결심하고 건물 옥상으로 한층 한층 올라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다. 일반적으로 비상문이라는 건 비상시에 이용하는 것으로 그 문을 열면 위기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신우도
층마다 있는 비상문을 하나씩 열면서 죽음까지 생각하게 한 고민의 해결책이나, 살아야 할 삶의 이유를 기대했을 텐데 비상문을 열 때마다 해답이나 탈출방법은 나오지 않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니 많이 괴로웠을 것 같다.
층마다 있는 비상문을 열면서 삶의 이유가 짜잔 하고 머릿속에 나타나길 바라는 것보다 조금씩 그 이유를 만들려고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운명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개척하는 것'이라는 말이 삶의 이유를 찾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도 든다.
신우의 자살을 안타까워하며 자기의 무관심을 탓하는 신우의 형 금도의 자책감도 이 소설에서 많이 묘사가 된다. 무관심의 이유가 신우에게서 보고 싶은 모습만 보려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신우의 다양한 모습을 보려 하지 않고 금도 자신이 '신우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단정 지어버린 틀 안에서 보려 하니 그의 말이나 행동에 관심이 가지 않았고 그랬기에 자살의 이유도 동기도 잘 모르고 막지도 못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신우의 자살이유는 궁금증만 남긴 채 소설은 끝이 난다.
이 소설은 자살을 소재로 한 어두운 내용이었지만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이끌어 내는 밝은 면이 있는 것 같다.
가끔 어떤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내가 이미 판단해 버린 선입관이나, 내가 그 사람에게 원하는 기대감 때문은 아니었는지 고민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독후 시)
비상문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지는 않을까?
숲을 봐야 하는데
높은 곳에 올라가기 싫어
나무만을 보고 있지 않을까?
내가 서 있는 곳에 있는 나무가
숲 저 멀리에도 있을 거라고
단정하며 숲을 보고자 하는 수고를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머릿속에 되뇌지만
아는 만큼만 보고 싶다고
마음속에서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편견과 단정이라는 틀에서
안주하려는 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이 사고의 틀을 빠져나갈
비상문, 비상문을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