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간호사로서 경험한 환아의 죽음, 그리고 나의 감정.
선생님이 외치는 소리에 나를 포함한 모든 간호사가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갔다.
심정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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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교수님과 담당의, 펠로우 선생님들까지 일제히 달려왔고
그렇게 심폐소생술이 시작되었다.
“하나! 둘! 셋!”
“하나”
“하나! 둘! 셋!”
“하나”
“하나! 둘! 셋!”
“하나”
가슴압박 세 번과 산소흡입 한 번,
그리고 또 가슴압박 세 번 후 산소흡입 한 번..
아기의 멈춘 심장이 다시 뛰기만을 바라며 모든 의료진은 각자의 자리에서 환아를 살리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환자 오늘 체중 몇 킬로에요?”
“에프네프린 계산해 주세요!!”
“도파민 10(mcg/kg/hr)으로 증량할게요!”
“도부타민 15로 증량할게요!”
“소아용 앰부백 가져다주세요!”
“lab(혈액검사) 좀 나가주세요!”
“알부민 투여할게요!”
일분일초가 급한 상황에서 환자에게 투여할 약들이 줄을 이었다.
담당간호사를 포함한 모든 간호사는 응급 투약할 약을 준비하고 초, 분당마다 바뀌는 투약용량을 계산하며 약을 투여했다.
그 누구 하나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동시에 수많은 의료진이 아이를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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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심폐소생술 상황에서 3분마다 한 번씩 투여되는 에피네프린이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열 번, 스무 번, 또 서른 번이 넘게 투여될 때까지
연락을 받은 아기의 부모님이 급히 병동에 도착하셨다.
그때까지 심폐소생술은 계속되었지만, 어머니는 결국 가슴을 찢는 통곡과 함께 아이를 하늘로 보내주었다.
그렇게 우리와 오랜 기간을 함께 했던 한 명의 천사가 하늘의 별이 되었다.
이 모든 일이 약 세 시간 동안 폭풍처럼 지나갔다.
애석하게도 아이를 살리려고 몸부림친 기나긴 시간과 달리 아이가 죽은 후의 과정은 이상하리만큼 빠르게 진행되었다.
아이의 자리는 순식간에 빈자리가 되었고 그 자리는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을 안겨주었다.
나는 부모님의 슬픔에 함께 공감하며 울지도, 아이의 죽음을 진심으로 기리지도 못했다.
오랜 시간 긴장 속에서 고군분투한 의료진들과 수고했다며 어깨를 토닥이지도, 한숨을 돌릴 여유를 가질 수도 없었다.
그저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가서 맡겨진 환아를 간호할 뿐이었다. 다른 간호사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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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에서 일하며 지금까지 이미 여러 번의 죽음을 경험했지만
아직도 이런 죽음의 순간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마냥 슬프지도 않고, 그렇다고 기쁜 건 절대 아니며, ‘내 일 아니니까’ 하는 무관심의 마음은 더더욱 아니다.
중환자실이라는 곳이 언제고 죽음을 볼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맞닥뜨리는 죽음이기에
나도 나의 감정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설명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오히려 오늘은 큰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내가 이상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하늘의 별이 된 그 아이를 다시 떠올려보며 늦게나마 아이의 죽음을 기려 본다.
엄마 뱃속에서 나와 고작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한 아가야.
그 짧은 기간을 따뜻한 엄마아빠 품이 아닌 시끄럽고 정신없는 병원에서만 지낸 아가야.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저 차가운 기계들을 몸에 단 채 힘겹게 버텨준 아가야.
너무 힘들었지. 너무 아팠지. 더 많이 살펴봐주지 못해서 미안해. 더 많이 아껴주지 못해서 미안해. 더 따뜻하게 돌봐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동안 고생 많았어.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훨훨 날아다니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