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극소저체중아 간호이야기
평화롭게 나이트 근무를 하던 어느 새벽.
갑자기 울려온 전화 한 통에 병동은 순식간에 바빠졌다.
(490gm. 잘 못쓴 게 아니냐고? 아니다. 이곳에서는 1kg가 되지 않는 생명이 실제로 태어나고 있다.)
태아가 엄마뱃속에서 충분히 머물다 세상 밖에 나오는 기간을 보통 36주에서 42주 사이로 본다.
그리고 정상 신생아의 출생 시 무게는 보통 2.5kg에서 3.5kg 사이이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아이를 빨리 빼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태아의 장기나 여러 기관들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폐와 심장 형성에 문제가 있을 시에는 아이가 스스로 숨을 쉴 수 없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호흡기를 달고 약을 투여해주어야 한다.
그러니, 26주 490gm 아기라면 언제 갑자기 CPCR(심폐소생술) 상황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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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아기가 들어갈 인큐베이터를 세팅하고 인공호흡기 기계를 준비했다.
부족한 영양분을 제공하기 위한 수액세트와 수액 주입 통로인 제대관 삽입 준비물 등을 챙기며 모든 간호사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수술장에서 아기가 도착했다.
성인의 손바닥 한 개보다 작아 보이는 그 아이는 이미 엄마 뱃속에서 나온 후 한차례의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했다.
아이는 보통의 신생아들처럼 온기를 보이는 핑크빛의 피부가 아닌 차가워 보이는 갈색빛의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살아있는 게 맞는 건가 할 정도로 힘이 없고 마른 모습이었다.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두 눈을 꼭 감은 모습이었지만 다행히도 아이의 심장은 계속해서 뛰고 있었다.
아이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많은 의료진들 또한 혼신의 힘을 다했다.
기도삽관 후 인공호흡기를 적용하고 폐포 확장을 도와 호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약을 투여했다.
엄마 뱃속과 비슷한 온도와 습도를 적용하기 위해 비닐과 포로 아이를 덮어 체온을 유지했고
온전치 못한 얇디얇은 피부로 인해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푹신한 드레싱들을 적용해 주었다.
마치 수술장을 연상케 하듯 소독된 포를 덮고 아이의 제대에 동맥관을 삽입하는 시술이 이루어졌고, 채혈한 피로 여러 가지 검사도 나갔다.
‘제발.. 괜찮아라.. 괜찮아라..’
혈액검사, x-ray 검사 등 추가검사를 할 때마다 나를 포함한 의료진은 아이에게 아무 문제가 없기만을 한 마음 한 뜻으로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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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처럼 아이는 검사상의 특별한 문제를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오늘도 490gm의 작은 생명이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하게 되었다.
아이에게는 앞으로의 하루하루가 더욱 고비일지도 모른다.
미숙아로 태어난 고위험신생아이기에 언제 호흡에 문제가 생길지, 장에 문제가 생길지, 감염에 노출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세상에 나와 보란 듯이 죽음과의 싸움을 이겨주었듯, 이 아이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생명의 끈을 놓지 않아 주었으면 좋겠다.
힘겹지만 강한 그 숨을 한 번, 두 번 쉬어가며 우리와 계속해서 함께하고 또 그렇게 자라서 엄마아빠의 품으로 건강하게 돌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