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말 07. 당신의 주제는 무엇입니까?
"이 글의 주제는 무엇입니까?"
흔한 국어 시험 문항이다. 시, 소설, 에세이는 물론이고 고전시가에서부터 논설문까지, 시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글의 주제를 묻는 문제가 반복해서 나오는 까닭은 그만큼 주제 파악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리라. 수험생이 아닌 독자로서 책을 읽을 때도 그랬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그래서 글쓴이가 하려는 말이 뭔데?’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제대로 읽었구나 싶다. 한 문장이라도 마음에 남아야 글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글을 써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 나는 잊고있던 그 질문이 떠올랐다. 글에는 주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글에 담고 싶은 주제가 있는가? 글쎄, 무엇을 써야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저 삶의 순간순간 스쳐가는 문장이나 감정을 붙잡아두고 싶어서 끄적여왔을 뿐이다.
작가는 주제를 어떻게 찾을까? 내게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도, 자다가 눈 떠보니 바퀴벌레가 되어버렸다는 기가막힌 이야기가 담긴 보따리도 없다. 어제가 오늘같고, 내일은 또 오늘같을 뻔한 일상 속에서 깊은 통찰을 해낼 힘도 없고. 이번에는 제대로 써 볼 거야. 처음 그 기세는 어디로 가고, 나는 머리가 텅 빈 채로 빈 공책 앞에 앉아있다. 너무 쉽게 덤볐나 보다. 내 주제도 모르면서. 글을 쓰기 전에 나를 먼저 돌아봐야겠다. 내가 나를 참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