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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블루스 Mar 17. 2022

아침마다 보는 장례식

살아남은자의 몫

나는 출근을 하려면 장례식장을 지나쳐야 한다.

장례식장이 시내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기에 아침마다 지나다 여러 광경들을 눈으로 본다.

일상적인 광경중의 하나는 커다란 버스와 리무진이 대기하는 광경이고, 한편에서는 일하시는 분들이 쓰레기를 분리하고 계신다.

골목뒤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전화를 하고 있는 상주들의 모습을 볼 때도 있고 주차장에서 열심히 국화를 내리는 꽃집 주인도 눈에 들어 온다.

흔히들 장례식장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오늘은 우연히 상주들의 얘기를 들었다

"그렇게 지랄 맞더니 가는 날까지 우리를 괴롭히네."

비가 오는 아침에 장지로 출발하려는 상주의 말이었다. 


일전에 보았던 인상적인 광경중 하나는

고인의 관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상주들이 커다랗게 노래를 틀어 놓았었더랬는데 이선희 가수의 "인연"이라는 노래였다. 맑은 햇살아래 울려퍼지는 그 노래가 아름답고 고귀했다. 상주들의 얼굴을 한번 더 쳐다보게 되는 일이었다.


누구나 한번씩은 거쳐가야 하는 의식과 절차중 장례는 빠질 수 없는 의식이다.

그 의식과 절차가 시대와 상황에 맞게 조금씩 변하긴 했지만 보내는 이와 가는 이와의 그 마음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가는 이는 미련없이 가야 하고 보내는 이는 각자의 시간으로 그 의식을 감내해야한다.

평생 한번도 타 본 적 없는 리무진을 타는 게 어째서 우리나라 장례식에서 누구나 다 하는 의식이 되었는지 따져 묻지 않는다. 선택은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침마다 그 길을 지나치면서 생각한다.

살아남은 자들이 부디 고인을 기쁘게 보내드리길.....

"그렇게 지랄 맞더니 가는 날까지 우리를 괴롭히네."라고 했던 상주가 부디 마음을 정리하고 떠나는 이에게 미움도 미련도 남지 않길 오늘은 기도했다.

살아남은자의 몫은 그것이다. 

마음을 가볍게 하기,그리고 행복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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