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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블루스 Mar 19. 2022

아, 테스형~~~

너 자신을 알기나 했니?

악처를 만드는 것은 남편이다.

도덕시험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그의 처.

"너 자신을 알라." 다 헛소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수업시간을 지났던 기억이 있다.

가장 가까운 배우자의 마음 하나 바꾸지 못 하면서 세상을 바꾸려니 어찌 아니 그렇겠는가.


아침부터 남편에게 잔소리를 한다.

물건을 사용하고 정리하지 않는 습관에 대해 항상 하는 그런 잔소리.

그러면서 나는 소크라테스의 악처를 떠올렸다.

돈 하나 벌어 오지 못하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강의만 하는 남편을 둔 그녀는 세상 살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까. 그러니 남편을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하는 악다구니만 남게 되었으리라. 나는 그녀의 삶을 동정한다.

남자들의 기준이 세상을 지배하고 남자들의 생각이 사회를 규정하는 공간이기에 더 없이 힘겨웠으리라 짐작한다. 

세상은 그녀를 악처라고 규정한다. 

이는 아직까지도 소크라테스가 맨발로 뛰어다니던 기원전 5세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박근혜가 탄핵되었을 때 시어머니의 중얼거림이 떠오른다.

"여자가 대통령하면 안돼."

여자가 여자를 무시하는 그 생각은 어디서 기인했을까. 남자들의 지배욕구가 자신의 생각이 되어버린 경우이다. 현재의 사회시스템은 남자들의 욕망이 지배하고 있고 그러하니 한발자국 나아가기가 더욱 어렵다.

시댁에서 밥을 먹다보면 어느순간 내 주변에는 반찬들이 사라진다.

시어머니가 남자식구들 앞으로 갖다 놓기 때문이다. 며느리를 미워해서 하는 행동이 아님을 알지만 서운하다.

어느 집이나 조금의 차이만 있지 이런 문제들은 항상 있다.

남자들은 언제나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살아왔지만 본인이 받는 대접이 다른사람의 희생인지를 알지 못한다.

시어머니가 갈비를 사위나 아들 앞에 가져다 놓을 때 김치만 집어 먹는 서러운 젓가락질을 보지 못한다면 이 사회는 젠더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짐작해 본다.


소크라테스는 자기자신을 알고 죽었을까?

철학을 설법하는 강사이기 이전에 그는 한 가정의 남편이라는 걸 알고 죽음을 맞이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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