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
근육통에 바르는 연고 하나를 잘못 바르고 요 며칠 가려움으로 고통받고 있다.
머리가 가려워서 흰머리가 나려고 하나 싶다가 어느 순간 몸의 부분 부분들이 가려워졌다.
원인 파악을 하지도 못 한채 2-3일을 견디다가 뭐지?, 하고 의문이 들었다. 원인을 파악하고 바로 병원이나 약국을 찾았으면 좋았을 걸 나는 꽤 오랫동안 참았다.
집에서 쓰던 가전제품이나 핸드폰이 이상하면 바로바로 수리점으로 향하는데 이상하게 몸의 이상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되었을 때 바로 조치를 취했어야 맞는데 왜 몸에 대한 이상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까.
우선 게으름이 가장 큰 원인이고 또 하나의 가장 큰 원인을 들라면 나의 의식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몸은 자체 정화기능이 있어서 꼭 스스로 회복할 거라는 신념이 있다.
그 하찮은 신념을 가지고 살다 보니 사소하게 아플 때는 병원엘 가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생각해 보니 거의 일주일 넘게 가려움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뒤척이는 날이 서너날. 이 얼마나 미련한가.
참다 참다 약국에 들러서 가려울 때 바르는 연고를 하나 사서 어제부터 바르기 시작했다.
4천 원짜리 연고 하나가 나를 천국으로 인도했다.
아프면 병원 가고 고장 나면 수리하자.
신념은 개나 줘버리고 나이 듦을 인식해야 한다.
어느 살인자의 외침(“렛츠 두 잇(Let‘s do it)”)이 나이키의 심벌이 된 것처럼 가려움의 고통에서 해방된 나는 신념도 바뀌고 있다.
그냥 해.
세계 백신 접종 1호였던 91세의 할머니 외침을 새겨듣자.
나이가 들수록 더 유연하게.
모든 가려움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경외감이 드는 오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