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고 부르고 무거운 짐을 강요하는 사회
엄마라는 이름 앞에 너무 무거운 짐을 지어 놓는다.
요즘 한참 인기 있다는 화장품 중 가희라는 제품이 있다.
그 속에서 다뤄지는 여자는 어디에 있던 충실한 삶을 살지만 미모만은 잃지 않는다. 그래서 그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라는 그런 취지의 광고들이 시리즈로 나온다.
아이를 돌보느라 지쳐 있는 엄마가 바깥을 나갈 때는 외모 점검을 한다.
그 장면 어디에도 다른 이는 보이지 않는다. 엄마 혼자 모든 일을 해 낸다.
분명 사진 속에는 아빠도 존재하지만 일상은 언제나 엄마 혼자이다.
광고에서 그려지는 모습은 결코 과장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힘든 현실을 살고 있는 것이 오늘날 엄마의 자리이다.
나아가서는 그 모든 희생을 엄마라는 굴레를 씌워서 강요하고 있다.
엄마는 이래야 해,라고 말이다.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엄마에게 감사함을 표시하고 그 감사함의 표시로 화장품을 선물한다.
내가 만약 그 엄마였다면 화장품을 주지 말고 딸에게 독립해서 나가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언제까지 내가 너의 밥을 차려야 하니?' 이런 생각을 한다면 모성애가 없는 건가.
엄마도 친구가 더 좋고 나가서 노는 걸 더 좋아하고, 이것저것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싶고, 직장도 나가고 싶다.
엄마도 가족이 차려주는 밥을 먹고 싶고, 엄마도 가족이 빨아주는 옷을 입고 싶고, 엄마도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엄마도 그런 생각을 하지만 사회는 그런 엄마를 좋은 엄마로 생각하지 않는다.
미디어에서 엄마라는 소재를 다루면 특히나 그러하다. 본인들이 원하는 엄마상이니까.
엄마라는 이름으로 온 가족이, 온 사회가 희생이란 걸 강요하는 그 시선이 불편하다.
엄마의 욕망과 엄마의 온전한 존재를 인지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단지, 하나의 사람으로 바라보길 원한다. 본인들의 시선이 얼마나 무거운지도 깨닫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