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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블루스 Apr 13. 2022

스무살의 나는..꽃이고 싶었다.

학력고사를 보고 나면 결과발표후에 면접이란 걸 봤었다.

이미 합격을 한 상태이고 면접이란 건 거의 형식에 가까워서 지금의 아이들에 비하면 크게 비중이 있는 과정도 아니었다.

20살의 나는 크게 비중도 없는 면접이지만 잔뜩 긴장을 하고 한껏 촌스러운 옷을 추스르고 면접장에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꿈에 그리던 대학이 나를 받아준다니 설레기도 하고 또 세상에 뛰어 나갈 기회만 엿 보던 나는 한껏 들뜨기도 했다. 스무살에는 누구나 그러하지 않는가. 이제 나갈 준비가 되었으니 다들 기다리라는 마음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세상에 내보이던 그때 그 시절.

어른이 다 된 것만 같은 바로 그 때에  면접장에서 눈매가 서글서글한 한 선배를 보게 된다. 내가 살던 촌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반짝이는 얼굴이었다. 그 설레임이 그 선배에게서 비롯되었는지 스무살의 몽글한 정서에서 시작되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서글한 눈매와 반이는 검은 눈동자만으로도 나는 대학에 꼭 가야할 이유가 생기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대학을 합격하고 졸업할 때까지 나는 그 선배를 다시 본 기억이 없다.

아마도 그때는 군대가 3년이었으니 바로 입대를 하였으리라.

그런데 묘하게도 설레이던 그 느낌이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다. 그리고 가끔 그 감정을 꺼내본다.

그때 그 감정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어떤 향기였을까. 어떤 색이었길래 중년이 되어 버린 현재에도, 얼굴도 이름도 기억 나지 않는 사람과의 첫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걸까.

누군던지 걸리기만 하면 사랑하고 말거야, 하고 벼르고 있었기에 내가 만들고 희석해 버린 기억일까.

어쩌면 그렇게 반할 만한 미모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한다. 뇌는 늘 착각하는 법이고 기억은 언제나 조작되는 법이니까.

그때의 내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벚꽃을 바라보는 설레임이었을지, 입학생의 볼빨간 마음이었을, 나이가 제법 익어가는 지금도 짐작을 할 수가 없다.

봄날의 벚꽃처럼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기억이지만 설레였던 그 감정을 꺼낼 때면 덩달아 기분도 좋아지고 스무살의 그때로 타임머신을 타게 된다.

스무살엔 뭐던지 가능하고 뭐던지 할 수 있었는데 어째서 그러지 못했을까

나이를 먹고 나서야 그런 걸 알게 되는게 안타깝고 아쉽다.

그때의 내 나이를 지나고 있는 나의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지금 너희들의 몸에서는 벚꽃향기가 난단다.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경험하라고. 지금 하지 않으면 사는 내내 생각 나니 그냥 하라고....

벚꽃잎이 떨어지는 요즈음 나는 설레이는 스무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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