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작은 알버트 실험
심리학이나 교육학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파블로프의 개'라는 말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러시아의 심리학자이자 생리학자였던 이반 파블로프는 1900년 초반, 개의 침샘 일부를 외과적으로 적출하여 먹이를 먹을 때마다 분비되는 침의 양을 연구했다. 그러다 개가 먹이를 주는 사람의 발 소리나 밥그릇만 보아도 침을 흘린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른바 '조건 형성'에 관한 실험을 하게 된다.
이를 고전적 조건 형성이라고 하는데, 개에게 밥을 가져다 주면 침을 흘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종소리를 듣는다고 해서 개가 침을 흘리는 일은 없다. 하지만 밥을 줄 때마다 종소리를 들려주면 나중에는 종소리만 들어도 개가 침을 흘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정한 조건이 주어졌을 때 반응하게 되는 것을 무조건 자극, 무조건 반응이라고 하는데, 사실 종소리만이 아니라 불빛을 보여주는 형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이 진행되었고, 약 700여 마라의 개가 실험에 동원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교육심리학에도 응용되어 가장 대표적인 '칭찬 스티커'처럼 책을 읽지 않는 아이에게 책을 읽을 때마다 칭찬 스티커를 주어 이것들을 10장 모으면 선물을 사주는 식의 조건을 형성하면 아이들은 스티커를 받기 위해 스스로 책을 찾아 읽게 된다는 형태로 사용되기도 했다. 덕분에 파블로프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행동심리학자가 되었지만 이때 실험에 사용된 개들은 열악한 당시 러시아에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죽어가야 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잔인한 실험인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실험이 바로 '작은 앨버트 실험'이다.
“나에게 건강한 아기 12명을 주어라.
그러면 잘 만들어진 나의 세계에서 그들을 키우고, 내가 선택한 전문가(의사, 변호사, 예술가, 상인, 대통령, 거지, 도둑)가 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는 아이의 부모가 가진 재주, 경향, 습성, 능력, 직업과 인종과는 상관없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의 심리학자였던 존 브로더스 왓슨은 이렇게 말했다.
1920년 왓슨은 생후 9개월 된 '앨버트'를 섭외하여 한 가지 실험에 돌입한다. 물론 그의 부모에게는 간단한 심리학 실험이라고만 밝힌 채 말이다.
우선 왓슨은 앨버트에게 흰쥐, 토끼, 강아지, 원숭이 등을 보여주고 그것들을 만져보게 했다. 앨버트는 아무련 두려움 없이 그것들을 만지며 호기심을 충족했다.
그렇게 2달이 지났을 무렵부터 왓슨은 일주일에 2번씩 총 7번 동안 앨버트가 흰쥐를 만지려고 할 때마다 쇠막대기를 두드리며 큰소리로 겁을 주었다. 그렇게 실험이 진행될 수록 앨버트는 흰쥐에게 두려움을 갖게 되었으며, 점차 흰토끼나 털이 부슬부슬한 강아지, 심지어 흰수염이 달린 산타클로스 가면을 보고도 두려워하며 울게 되었다. 즉, 흰색 털이 있는 동물은 물론 사물에까지 두려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물론 애초 왓슨의 실험 목적은 '인간은 어떤 조건에서 공포심을 느끼게 되는가? 그리고 어떤 조건이 되면 공포심을 벗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기에 이번에는 앨버트의 공포심을 없애는 실험을 하려고 했으나 이때는 이미 왓슨의 실험으로 앨버트가 이상해졌다는 사실을 알아챈 앨버트의 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그곳을 떠나버린 뒤였다.
사실 앨버트는 원래 '더글라스 매리트'라는 이름의 아이로 존스 홉킨스 대학의 탁아소에서 보모(혹은 간호사)로 일하던 여자의 아이였다. 그리고 꼭 이 실험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이는 5년 뒤 뇌수종으로 인해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이 아이는 털이 있는 모든 동물에 대해 거부감을 지니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왓슨은 이 실험을 통해 '인간의 감정은 조건에 의해서 학습되고 , 특정한 조건의 자극으로 통제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그리고 행동주의 심리학의 아버지라는 호칭도 얻게 된다.
하지만 그의 실험은 얼마나 잔인한가? 왓슨의 실험 권유(협박)에 앨버트(매리트)의 어머니는 거부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대학 병원의 직원이 대학 교수의 권유를 어떻게 거절한다는 말인가? 그저 자신의 아이가 더 아프기 전에 아이를 데리고 떠나는 것이 최선의 반항이자 방어였던 것이다.
그리고 사람에게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우린 알고 있다. 불과 9개월, 실험 기간을 합쳐도 태어난지 1년도 되지 않았던 '앨버트'에게 주어진 커다른 공포와 스트레스가 뇌수종에 영향을 미쳐 그를 사망에 이르게 했을 것이라는 추측 역시 억측만은 아닐 것이다.
단 한 명의 아이에게 이처럼 잔인한 실험이 아무 꺼리낌 없이 행해졌던 것은 정말 잔인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