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앞에서 미국의 고용주가 원하는 것을 예로 든 까닭은 단순합니다. 사실상, 현재 가장 미래 사회와 가까운 형태를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이기 때문입니다. 즉, 미국의 고용주가 원하는 것이 가까운 미래 사회에서 고용주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를 통해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미국의 고용주는 고용인에게 '대화 능력, 대인 관계, 팀워크' 등과 관련된 능력을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이것들은 협상력, 사회성, 설득과 해결에 대한 능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협상이란 타인의 반응을 살피며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대방을 이끌어 가는 능력을 말하며, 사회적 관계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바탕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며, 설득과 해결은 여러 가지 문제 상황에서 상대방을 설득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미국의 고용주들은 자신의 직원들에게 '사회성이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우리 교육의 현실을 대입해 보자면 솔직히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우선 우리나라는 여전히 선택형 문제로 학생들을 평가합니다. '보기' 안에서 답을 찾는 선택형 문제는 아이들의 사고력 성장을 억제합니다. 게다가 우리 교육에서는 자신이 생각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암기하는 것에 높은 점수를 줍니다. 예를 들어 어떤 시를 읽고 그에 대한 자신의 감상이 아닌 교과서 해설에 등장한 감상을 보기에 넣고 그것을 외워서 고르는 형태인 것입니다. 즉, 아이들의 창의력이나 사고력이 아닌 암기력을 평가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고려 시대에 도입된 과거 제도의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물론 근본적인 원인은 입시 위주의 교육에 있습니다. 명문고-명문대-대기업의 사이클에 들어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 버린 우리 아이들은 대학에 들어가서도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받으며 자율성 없는 성인으로 성장합니다.
여기에 공교육이 지니는 한계가 드러납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제한되어 있으며 당연하게도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에 답해줄 수 있는 전문가를 배치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것을 학교 선생님에게 부담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며 적절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이 획일적인 교육을 시행할 수 밖에 없으며, 그 평가 역시 획일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아이들의 창의력이나 사고력을 평가할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교육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관습과 편견 역시 큰 문제입니다.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름'을 잘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즉, 주류는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대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자신만 ‘아니오’를 외치는 것은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야 말로 무척 위험합니다.
또한, 잘못 전파된 유교적 가치 혹은 꼰대 마인드로 인해 질문에 인색한 편입니다. 왜냐하면 윗사람에게 질문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현재 부모님인 우리 세대가 자랄 때만해도 선생님께 질문을 하는 친구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저 가르쳐주시는 대로 받아들이고, 외우기 급급했습니다.
문제는 지금도 아이들은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묻기보다 인터넷이나 유튜브의 정보를 통해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런 정보들은 신뢰하기도 어렵고 결과를 책임지지도 않는 매우 위험한 정보 습득의 방법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사회가 전반적으로 '말하기 능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점입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침묵은 금이다’, ‘말 잘하는 사람은 사기꾼’ 등 우리 사회에서는 말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봅니다. 그나마 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도 ‘얼마나 논리적이고 조리가 있는가’ 보다 ‘얼마나 진실된가’라는 주관적인 평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진실성이 아닌 논리성입니다. 서구 국가들에서 '토론 수업'이 활발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 중학생만 되어도 회사측과 노조측으로 나뉘어 토론과 협상을 벌이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즉,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해 서로가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수업 시간에 배우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런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합니다. 토론이나 스피치는 글로벌 사회를 살아가게 될 우리 아이들에게 또다른 경쟁 요소가 될 것입니다.
근래에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교육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STEAM' 교육입니다. STEAM이란 Science(과학), Technology(기술), Engineering(공업), Art(인문, 교양, 언어를 포함한 예술 전반), Mathematics(수학)을 합친 것으로 이 모든 과목을 개별적으로 수업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해서 수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스토리텔링 수학'을 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1인치는 2.54cm라는 것을 외워야 했지만, 스토리텔링 수학에서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임금님이 새로운 옷을 맞추기 위해 재단사가 와서 임금님 몸의 치수를 쟀는데 팔 길이는 25인치, 허리 둘레는 30인치였다는 이야기를 가져와서 인치와 센티미터 같은 도량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 경우 도량형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이야기의 내용을 파악하는 독해력을 키울 수 있고, 옷의 다양한 디자인을 함께 제시하거나, 어떤 옷감을 사용했는지 등을 통해 미술이나 과학 등의 분야도 자연스럽게 함께 익힐 수 있습니다.
이 STEAM 교육은 이미 미국, 독일, 영국, 호주 등에서 실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2011년부터 이 영역의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STEAM 교육이 각광을 받는 것은 원래 과학,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더하기 위한 방법으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재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런 과학과 수학 인재에 대한 요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협업’에 능통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대는 과거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단순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문제는 복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쪽의 지식만으로는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이전의 교육으로는 지식이 편중되고, 상상력이 부족해지며,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통·융합교육 즉, STEAM 교육인 것입니다.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이제 대부분의 문제 상황은 복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재’라는 분류에 속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은 다양한 지식과 협업 능력입니다.
과거에 우리는 한 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을 지닌 전문가를 인재라고 인정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Ⅰ형 인재인 것입니다. 하지만 정보가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제3차 산업혁명 이후 이것이 변형되는 데, 그것이 바로 T형 인재입니다. T형 인재는 한 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다른 분야의 지식가들과 어느 정도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한 인재를 말합니다. Ⅰ형 인재들이 자신의 분야에 집중하며 다른 분야의 지식에 대해 문외한인 경우가 많은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원하는 인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F(π)형 인재입니다. 다양한 다른 분야의 지식가들과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한 점은 같지만 깊이 있는 자신 만의 지식이 2가지 이상이라는 점에 그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우리 아이들을 미래가 원하는 F(π)형 인재로 키우기 위해 필요한 교육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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