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안 하는 꾸준함

눈을 위한 절제가 소화와 수면에 준 영향

by 라라

한달 전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눈 한쪽이 불편했다. 뻑뻑하고, 뭐가 들어간 것 같고... 이런 느낌을 전에도 종종 느낀 적이 있었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졌어서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한쪽 눈만 무거워진 듯한 이 느낌은 이전과 달리 하루 내내 불쾌감을 증폭시켰다. 결국 안과에 갔다. 안구건조증에다가 결막염까지 있다고. 그런데 그것보다 충격적이었던 건 6년 만에 잰 시력이 아주 나빠졌다는 거다. 한 때 1.0을 넘었던 나의 시력은 이제 좋은 쪽은 0.5, 안 좋은 쪽은 0.25로 떨어졌다. 안경 한 번 맞춘 적이 없었던 나는 이제 멀리 있는 것을 볼 때는 안경을 써야 분명하게 보이는 눈을 가지게 된 것이다. 물론 당분간 ‘노트북과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처방은 내 시력과 상관 없이 결막염과 안구건조증 때문이었지만, 스스로는 ’노트북과 휴대폰이 내 시력을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하라’는 처방을 내리고 있었다.


어쨌든 나는 결막염 치료 목적과 시력 악화에 대한 충격으로 인해 일주일 간 ‘내 눈이 편안한 시간 보내기’를 실천했다. 평소의 나의 하루를 돌아보니 내 눈은 쉴 때나 일할 때나 바쁘게 화면 속을 계속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헤비 시청자로서 하루에 영상 콘텐츠 몇 개를 시청하지 않고 하루를 마무리하면 섭섭할 정도였다. 최근에는 e-book 서비스까지 구독하게 되면서 책을 읽을 때도 화면을 보게 된 내 눈은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눈으로 많은 것을 해왔던 내가 갑자기 영상을 안보고 전자책을 읽지 못하는 일상을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오디오 콘텐츠들을 듣게 되면서 생각보다 괜찮은 휴식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영상 콘텐츠와 e-book 대신 오디오북과 음악을 들었다. 밥을 먹을 때 드라마나 유튜브 영상 하나는 꼭 보고 있었던 나의 눈은 시선을 어디로 두어야 할지 몰라 어색해 했지만, 결국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밥을 먹을 때 바쁘던 감각이 하나 줄어들자, 음식을 맛 보는 데 집중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맛이 더 잘 느껴졌고, 더 맛있었다. 그리고 전보다 더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게 되었다. 간단한 변화를 경험하면서 내가 그동안 쉴 때도 멀티를 하려고 애쓰다보니 정작 나의 신체는 불편을 겪고 있었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듣기만 하는 것은 처음에는 좀 어색했다. 이번 주에 보려고 했던 넷플릭스 콘텐츠 리스트가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서 일단 밖에 나가 걷기로 했다. 걸으면서 오디오북 소설을 들었는데, 성우의 연기가 아주 생생해서 드라마만큼이나 몰입감이 있었다. (윌라 오디오북 강추다.) 그렇게 하루 만에 책 한 권을 다 들었다. 오디오북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고 영상 콘텐츠 시청 대신 책을 들었더니, 일주일 동안 세 권이나 들었다. 이런 일상을 보내고 마치 숙제 검사를 받듯, 일주일 후 안과에서 눈의 상태를 다시 확인해보니 많이 좋아져 있었고, 더 이상 눈의 불편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눈이 편안해진 것보다 신기했던 것은 잠에 더 빠르게 들게 된 것이다. 그동안은 자기 전에 꼭 휴대폰을 하는 것이 나의 하루 루틴처럼 자리 잡았었다. 그게 내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해준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휴대폰을 보지 않고 눈을 감으면 뭔가 서운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눈 때문에 침대에 누우면 휴대폰을 보지 않고 바로 눈을 감아야 했다. 보아야 할 것이 사라지니 더 빨리 침대에 눕게 되기도 했고. 평소에 자주 불면증을 겪었던 나는 어색해서 잠이 잘 안올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생각이 무색하게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다. 이틀에 한 번은 잠이 안 들어 고민이었던 나에게 '화면 없는 일주일' 동안 한 번도 불면으로 고생한 적이 없었다는 것은 놀라운 변화다.


그동안 정신을 쉬게 하려고 무언가를 계속 보느라고 정작 눈은 피로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결국 소화도, 수면도 어렵게 만들었다. 일주일 간 '디지털 줄이기’ 챌린지를 해보고 당연한 것을 되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눈의 피로도 줄었지만,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는 진짜 ‘밥 먹기’를 하게 되었고, 잠에 더 쉽게 들었다. 몸과 마음이 제대로 쉬었을 때, 잠도 잘 자고, 잘 일어날 수 있다. 일주일 간의 안과 치료는 끝났고, 그후 한달이 지났지만, 요즘도 자기 전에는 휴대폰을 보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유혹을 견디기 힘든 날들이 있다. 겨우 휴대폰 화면을 끄고 매번 깨닫는 점은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다. 모든 유혹은 시작을 하게 되는 순간 뿌리치기 힘들어진다. 아예 스타트를 끊지 않는다면 절제가 쉽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 버려야 할 강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