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뉴스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었을까
K-pop의 인기곡들을 종종 찾아 듣는 편이다. 그러다 작년에 뉴진스(NewJeans)의 노래를 처음 들었고, 1990년대 감성의 복고풍 패션과 춤에서 신선함을 느꼈다. 자극적인 음악에 익숙해진 내 귀에 처음엔 뉴진스의 잔잔한 노래가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꾸 그 노래를 찾게 되었다. 가사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아 일부러 찾아봐야 했고, 춤도 화려하진 않았지만 어딘가 특별했다. 편안한 음악, 개성 있는 패션, 자유로운 춤. 그 속엔 느슨한 아날로그 감성과 정돈된 감각이 함께 깃들어 있었다.
그 무렵, 이들을 프로듀싱한 ‘민희진’이란 사람이 소속사 하이브와 갈등을 겪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녀는 모자를 눌러쓰고 민낯으로 언론 앞에서 인터뷰를 했고, 여러 기사와 댓글들이 쏟아졌다. 뉴진스는 현재 활동을 중단한 상태이며, 나 역시 요즘은 기존 곡들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 새로운 음악이 더는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뉴스를 접하며, 문득 몇 가지 감정이 떠올랐다.
나는 그간 그저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이었고, 정보도 기사나 댓글을 통해 접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문득 이런 상상과 생각들이 떠올랐다.
작가, 출판사, 그리고 다섯 아이들의 이야기
어느 날 한 작가가 상상력이 가득한 그림책을 구상한다. 그녀는 아이 같은 감성을 지닌 다섯 주인공을 창조하고, 그 속에 패션, 음악, 감정 등 모든 것을 녹여낸다. 그리고 세상에 이 책을 내기 위해 대형 출판사와 손을 잡게 된다. 출판사는 말한다. “우리가 인쇄비와 마케팅을 책임질게요. 책을 세상에 내는 대신 출판권은 우리 겁니다.”
책과 그 안에 담긴 감성은 큰 인기를 얻고, 다섯 주인공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작가와 출판사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작가에게 이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닌, 영혼을 갈아 넣은 예술작품이다. 반면 출판사는 계약에 따른 권리와 통제를 원한다. 그 사이에서 다섯 주인공은 혼란스러워진다. 이미 그 감정에 깊이 몰입해 살아왔지만, 선택권은 없다. 법적 권리는 출판사에 있기 때문이다.
이 비유를 떠올리자, 지금 벌어지는 일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음악은 대중에겐 ‘소비하는 상품’ 일 수 있지만, 창작자에겐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자 정체성의 발현일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창작자의 예술과 기업의 시스템이 충돌할 때, 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뉴스 기사에 적힌 몇 문장으론 다 전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 몇 줄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 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보도와 댓글을 보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나는 이 모든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었을까?”
그 질문은 곧 언론을 대하는 내 태도를 돌아보게 했다.
나는 매체가 전달하는 정보를 많은 비판없이 수용해 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마치 영화 '트루먼쇼'처럼 ‘이 세상은 누군가에 의해 연출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좀 더 의식적인 자세로 마주하려 한다.
1. “첫 반응은 우선 멈춤이다” —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과도한 감정을 자극하는 뉴스는 정보 전달이 아닌 감정 조작 콘텐츠일 가능성이 있다.
분노하거나 환호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왜 이런 식으로 구성되었을까?”
2. “정보는 조각이다” — 전체 퍼즐이 아님을 인지하기
기사는 전체 사건의 일부만을 담는다. 한쪽 시각만으로 구성된 기사일 수도 있으며, 특정 단어 선택 하나만으로도 사건의 이미지를 완전히 다르게 보여줄 수도 있다. 따라서 “이 기사에서 빠진 시선은 무엇일까?”, “전체 사건은 어떤 내용인가?”를 생각해 본다.
3. “내 안의 확증편향을 경계하자” —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듣고 싶은 정보를 더 반가워한다. 그래서 다른 관점의 정보를 접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진실은 종종, 내가 불편하게 여기는 시각 속에 숨어 있다.
4. “자극보다 맥락에 집중하자” — 깊이 있는 정보를 찾아서
선정적인 제목, 클릭 유도 기사, 인신공격, 편 가르기 기사는 피한다.
과거 사례 비교, 구조적 분석, 맥락 설명이 담긴 콘텐츠를 우선시하는 것이 좋다.
그곳에 본질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
5. “의식적으로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자” — 침묵의 사유도 필요하다
때론 뉴스를 접하고 바로 자신의 의견을 만들지 말고, 정보가 머릿속에서 발효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다.
침묵하며 생각하는 시간은, 지금 시대에는 더욱 귀하고 필요한 태도인 듯하다.
언론은 독자의 수준을 반영한다.
우리가 더 깊이 묻고, 더 정제된 정보를 요구할수록 언론 역시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접근보다는
깊이 있는 해석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한 걸음 물러서서 질문하고, 감정 너머의 구조를 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그래서 진실에 가까이 가려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언젠가는 '보여지는 세상' 대신, '바라보는 시선'을 가진 건강한 개인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