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코페이션(Syncopation)

엇박자로 찾아온 딸, 인생 최고의 반전

by 시니어대백과

1. 정박자를 벗어난 삶의 경이로움

음악에서 가장 정직한 것은 정박자(Down-beat)다. 하나, 둘, 셋, 넷. 예상 가능한 곳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는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연주를 예술로 만드는 결정적인 순간은 따로 있다. 바로 '싱코페이션(당김음)'이다. 강박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예상치 못한 엇박자에서 강렬한 액센트가 터져 나올 때, 리듬은 비로소 생동감을 얻고 듣는 이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내 인생의 계획표는 오랫동안 '정박자'를 놓치고 있었다. 남들이 취업하고, 가정을 꾸리고, 안정된 삶의 궤도에 오를 때 나는 꿈을 접고 방황하며 한 박자씩 늦은 발걸음을 뗐다. 마흔 중반, 친구들의 아이들이 벌써 중학생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내 인생의 메트로놈이 고장 난 것은 아닌지, 이번 생의 연주는 이대로 싱겁게 끝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곤 했다.


2. 예상치 못한 타이밍, 강렬한 액센트

그렇게 정박자를 놓친 채 덤덤하게 살아가던 작년 12월 19일, 내 인생에 가장 강력한 싱코페이션이 찾아왔다. 바로 딸 지유의 탄생이다.

마흔 중반에 만난 첫 아이. 사회적 기준이나 내 개인적인 계획으로 봐도 이는 분명 '정박자'는 아니었다. 조금 늦은 감이 있는, 어쩌면 엇박자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아이의 첫 울음소리가 분만실을 가득 채우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율은 결코 계획된 정박자 위에서만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온 이 작은 생명은, 단조롭고 무미건조했던 내 삶의 악보에 가장 강렬하고 눈부신 액센트를 찍어주었다.


3. 강약이 바뀐 아빠의 하루

싱코페이션이 일어나면 리듬의 강약이 뒤바뀐다. 지유가 오고 나서 나의 하루도 그렇게 변했다. 예전에는 나 자신의 안위와 생계가 인생의 첫 번째 박자(强)였다면, 이제는 아이의 기저귀 상태와 분유 온도가 내 하루의 가장 강한 박자가 되었다.

새벽 4시, 모두가 잠든 정적 속에서 지유가 내는 작은 뒤척임 소리에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킨다. 예전 같으면 피곤함에 짜증이 났을 법한 이 '엇박자의 깨어남'이 이제는 이상하게도 즐겁다. 아이를 품에 안고 등을 토닥이며 나는 속삭인다. "지유야, 네가 아빠 인생의 리듬을 완전히 바꿔놓았구나."

계획대로 되지 않아 불안했던 나의 40대는, 이제 예상치 못한 엇박자가 주는 짜릿한 '그루브'로 가득 차 있다. 정박자보다 훨씬 화려하고, 훨씬 가슴 벅찬 인생 후반전의 시작이다.


4. 엇박자를 사랑하게 된 드러머

드러머로서 나는 늘 완벽한 타이밍을 강박적으로 쫓았다. 하지만 지유를 통해 나는 배운다. 인생은 메트로놈처럼 딱딱 맞출 수 없기에 더 아름답다는 것을. 조금 늦게 찾아오면 어떤가. 남들과 다른 박자에 액센트가 찍히면 또 어떤가. 그 엇박자 덕분에 내 인생은 그 누구의 것과도 닮지 않은, 오직 우리 가족만의 독특하고 풍성한 음악이 되었다.

지유야, 아빠의 삶에 싱코페이션처럼 찾아와줘서 고맙다. 너라는 아름다운 반전 덕분에 아빠는 이제 엇박자조차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 앞으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수많은 마디 속에서, 때로는 박자를 놓치고 리듬이 흔들려도 괜찮아. 그 모든 엇박자가 모여 결국 가장 위대한 곡을 완성할 테니까. 아빠는 이제 너라는 비트 위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연주를 이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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