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웃음소리에 맞춰 내 삶을 다시 조율하기
공연 전, 드러머가 가장 공을 들이는 시간은 '튜닝'이다. 드럼 피(Drum head)의 나사를 조이고 풀며, 각 탐탐과 스네어가 내야 할 가장 맑고 정확한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 아무리 화려한 테크닉을 가졌어도 악기의 음정이 틀어져 있으면 그 연주는 소음일 뿐이다.
지난 10여 년간 내 삶의 조율 나사들은 제각각 풀려 있었다. 꿈을 접어야 했던 울분으로 한쪽은 너무 팽팽해져 비명 같은 소리를 냈고, 현실의 고단함으로 다른 한쪽은 너무 느슨해져 둔탁한 소리만 냈다. 내 인생이라는 악기는 스스로 내는 불협화음에 지쳐, 어느 순간부터는 튜닝조차 포기한 채 방치되어 있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것만으로도 벅차, 내 삶이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지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작년 12월 19일, 지유가 태어난 후 내 삶에 아주 특별한 '기준음'이 생겼다. 바로 지유의 웃음소리다. 세상 그 어떤 조율기(Tuner)보다 정확한 그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나는 내 흐트러진 삶의 나사들을 하나둘씩 다시 조이기 시작했다.
아이가 배냇짓을 하며 방긋 웃을 때, 나는 내 안의 독기와 원망의 나사를 조금 푼다. 아이가 내 손가락을 꽉 쥐며 옹알이를 할 때, 나는 나태해졌던 책임감의 나사를 다시 팽팽하게 조인다. 예전에는 '성공'이나 '돈'이라는 기준에 맞춰 나를 조율하려 애썼지만, 이제는 지유의 맑은 웃음소리에 맞춰 내 삶의 피치를 맞춘다. 신기하게도 지유의 주파수에 나를 맞추기 시작하자, 거칠고 둔탁했던 내 삶에서 제법 따뜻하고 조화로운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드럼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매일 다시 조율해야 한다. 육아도, 그리고 아빠로서의 삶도 마찬가지다. 어제는 완벽한 아빠였다고 자부해도, 오늘 아침 아이의 눈물 한 방울에 내 마음의 텐션은 금세 무너진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는다. 다시 튜닝하면 되기 때문이다.
지유가 잠든 밤, 나는 오늘 하루 내가 냈던 소리들을 가만히 복기해본다. 아이에게 조급한 마음을 내비치지는 않았는지, 아빠라는 이름 뒤에 숨어 나의 피로를 정당화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내일 아침, 아이가 다시 눈을 뜨고 나를 향해 웃어줄 때 나는 가장 맑은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내 마음의 나사를 정교하게 다듬는다. 40대 중반의 초보 아빠에게 육아란, 아이를 키우는 과정인 동시에 나라는 악기를 비로소 인간다운 소리가 나도록 다시 조율하는 성찰의 시간이다.
이제 내 드럼 세트는 더 이상 먼지 쌓인 골동품이 아니다. 지유의 웃음소리라는 완벽한 튜닝을 거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악기다. 나는 이제 부끄럽지 않은 연주자가 되어 지유의 성장이라는 무대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려 한다.
지유야, 아빠의 삶을 다시 조율해줘서 고맙다. 네가 내는 작은 소리 하나하나가 아빠에겐 가장 소중한 가이드가 된단다. 네가 자라며 더 다양한 감정의 노래를 부를 때, 아빠는 언제든 그 노래에 딱 맞는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매일매일 나를 가다듬을게. 우리 인생의 합주는 이제 막 조율을 끝내고 첫 마디를 뗐어. 아빠가 들려줄 가장 맑고 단단한 소리를 기대해도 좋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