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따끈따끈 아프고 목소리 또한 쩍쩍 갈라졌다. 급기야 몸살이 왔고 달리기를 잠시 내려놓고 푹 쉬었다.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고 변수의 연속이다. 그렇게 2일을 꼬박 쉬었다.
달리려고 하니 하필 비가 내렸다. 비가 잠깐 그쳐 집 근처에서 언덕 달리기를 짧게 하려고 나왔다. 언덕 달리기는 평소에 워밍업과 언덕 15회, 쿨다운으로 8~10km를 채우는데 비가 곧 쏟아질 것 같아 횟수와 거리를 조절했다. 워밍업 2km를 달리고 언덕 달리기를 10회 설정해서 하고 있는데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우중런(비오는 중에 달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괜히 달렸다가 감기라도 걸리거나 운동화가 젖어 무거워지고 바닥도 미끄럽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 컨디션이 70~80%이기 때문에 몸을 사릴 필요성도 있었다. 워밍업으로 2km를 뛰었고 언덕 10회를 채웠다. 마지막으로 쿨다운으로 마무리하며 최종 3.94km를 달렸다. 부족한 운동은 집으로 들어와 실내 자전거를 40분을 타며 보충해 주었다.
일주일에 장거리를 1회 하는데, 15km를 목표로 달렸다. 처음에는 천천히 달리면서 거리를 편하게 채우는 LSD(천천히 긴 거리를 달리는 것)를 하려고 했다. 달리다 보니 기록에 욕심이 생겼고, 컨디션도 괜찮은 것 같아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렸다. 오르막과 내리막도 있는 코스를 적절하게 배치하면서 연습을 실천처럼 생각하며 달렸다. 팔을 뒤쪽으로 쳐주면서 나아갔고, 다리를 앞으로 더 뻗어서 보폭을 늘리려는 것을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그렇게 15km를 평균 페이스 7분 9초로 운동을 마무리했다.
뛰고 나니 정강이 안쪽 신스프린트에 통증이 심하게 밀려왔다. 너무 무리하게 보폭을 늘리려고 했으며 속도에 욕심을 부린 탓이다. 다리에 그만큼 부하가 걸렸고 걸을 때도 통증이 느껴졌다. 최근 정강이 안쪽이 조금은 아프다고 느끼긴 했지만 이렇게 강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신스프린트 통증이 나타날 때는 무조건 쉬면서 정도에 따라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무리하게 운동하면 골절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하니 조금 걱정되었다. 무엇보다 처음 뛸 때는 아픈데 몇 분 지나면 괜찮다는 점이 대수롭지 않게 여긴 이유였다. 하루 정도 좀 지켜보자고 판단했고 맨소래담 로션을 바르며 통증이 완화되기를 기다렸다. 대신 쉬는 날은 실내 자전거 35분을 타며 운동을 보충했다.
운동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작은 아이가 2시 하교하기 전에 운동을 끝내야 했다. 월요일과 목요일을 빼고는 오전에 피아노와 방송 댄스 2회가 있다. 주말에는 남편이 일하러 가면 아이들이 방치되기 때문에 달리기를 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어쩔 수 없이 방송 댄스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10km 정도를 계획하고 러닝 조끼와 물, 에너지 젤을 챙겨 갔다. 방송 댄스를 격하게 했으니 준비 운동은 생략할 수 있었지만 에너지가 온전치 않았다. 또 운동화를 쿠션화(발의 피로를 줄여주도록 충격 흡수에 중점을 둔 운동화)가 아닌 안정화(발이 안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아치를 지지함으로 발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에 중점을 둔 운동화)를 챙겨 갔었다. 확실히 발목에는 부담이 적었으나 탄성이 적다 보니,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에너지 젤을 먹으며 13km를 달리는 것으로 목표를 상향 조절해 나갔다. 이번 주의 부족한 연습량을 조금이라도 채워야 한다는 마음도 있었다. 또 대회 때 5시간에 완주하려면 보통 9시에 시작해서 2시까지 달려야 한다. 방송 댄스 끝나고 11시 이후부터 달리고 있으니 대회처럼 햇볕의 따사로움도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온이 떨어져 선선한 바람 탓인지 가을볕은 견딜 만했다.
4km 이후부터 입이 건조하고 자꾸만 목이 말랐다. 준비해갔던 물을 두세 모금씩 아껴 마셨다. 슬프게도 10km가 되기 전에 금세 바닥을 보였다. 한걸음마다 시원한 얼음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대회 때는 5km마다 급수대가 있지만 달릴 때는 물을 가지고 뛰어야 하니 그렇게 많은 물을 챙길 수 없다. 매번 350ml 정도를 준비하지만 건조한 날씨 탓인지 요즘은 부쩍 물의 부족함을 느낀다.
10km가 넘어가면서 ‘여기서 멈출까? 말까?’를 고민한다. 목표는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나약한 생각을 하면서. 나머지 돌아가는 길을 어차피 걸어가야 하니 페이스가 8분이 넘어가더라도 뛰어서 가자고 나를 타일렀다. 힘내기 위해서 3km를 3000m로 환산하며 ‘그래 100m 줄었어! 300m 줄었어! 거의 2000m 다 와 간다.’ 수없이 외치며 나아갔다. 어찌어찌 1km는 왔지만, 나머지 2km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게 풀코스에서 마지막 남은 2km라고 생각하고 팔을 저으며 나아갔다. 저절로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간곡히 기도했다. 힘들어도 팔 동작에 따라 다리는 움직였다. 13km의 알람이 울렸고 그제야 달리는 동작이 멈추고 모든 힘겨움에도 벗어났다.
그렇게 그리던 얼음이 동동 띄워진 물을 연거푸 마신다. 계획한 거리를 달렸고 중간에 타협하지 않고 견뎌냈음에 뿌듯했다. 온몸에는 땀으로 뒤 범벅이고 몸에선 피로감이 몰려왔지만 나에게 잘 해냈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 한마디를 덧붙였다. 걱정했던 신스프린트 통증은 조금 완화되었지만 깨끗이 나아진 건 아니다. 보폭을 무리하게 넓히는 것보다 스텝의 속도를 높여 연습하는 방향으로 다시 계획을 수정했다. 무엇보다 몸 상태의 회복이 이번 주의 관건이었고 어느 정도 부족한 운동은 실내 자전거를 타면서 채웠다.
변수에 의연할 수는 없었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할 수 있는 만큼 나아가는 것, 이번 주는 뜻대로 할 수 없음에도 즐기는 게 하나의 전략이었다. 앞으로 보충하고 싶은 부분은 상체 운동을 추가하며 근력을 키우는 것이다. 또 시간이 되는 데로 3분이면 3분 동안, 5분이면 5분 동안 스쿼트나 슬로우버핏으로 기초체력을 향상하는 것이다. 다음 달은 장거리 2~4km를 늘려 17~19km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때는 무조건 천천히 그리고 속도에 욕심부리지 않고 거리를 늘려 가려고 한다. 신스프린트 부상을 명심하면서.
천천히 한 걸음씩 가면 된다. 단번에 42.195km를 뛰려고 하면 시작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조금씩 한 달에 2~4킬로 점진적으로 늘려나간다고 생각하면 한주에 1km씩 더 뛰면 된다. 부족함을 조금씩 채워 단련되어 갈 나와 풀코스도 멋지게 완주할 나를 열렬히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