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었어’라는 변명

때려 쳐, 위기의 다이어트

by 행복 한스푼

행사였던 결혼식이 끝났다. 당진에서 부산을 오가며 왕복 10시간 가까이 차 안에 있었다. 운전은 남편이 독박으로 했지만, 나에겐 조수석에서 잠자지 말라는 어명이 내려졌다. 연예인 이야기에서부터 건강, 날씨 등의 말들을 쏟아냈고, 노래 선곡에 맞춰 어깨를 들썩였다. 심지어 뺨을 찰싹찰싹 때리며 잠을 이겨냈다. 때론, 남편 목덜미를 주무르며 잠자지 않고 있음을 자진 신고했다. 차에 타면 5분 안에 기절하는 자가 5시간을 눈 뜨고 있으려니, 눈꺼풀에 눈동자라도 그려놓으며 위장술을 발휘하고 싶었다. 잠 안 든 척 혼신의 연기를.

장거리 이동으로 생활의 패턴이 무너졌다. 6시 20분 기상은 웬 말인가? 7시가 넘어도 일어날 수 없었다. 커피 몇 잔에도 정신을 못 차리며 푹 절어진 장아찌 신세였다. 역시 사람은 하던 대로 살아야 한다. 차에서 푹 잤더라면 이렇게까지 피곤하지 않았을 텐데, 남편 눈치에 가시방석일지라도 잠을 잤어야 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남편은 이럴수록 열심히 달려야 한다고 11km 정도를 달렸고, 그다음 날에는 13km를 달렸다. 나만 골골대는 것 같아 눈치가 많이 보였다. 그러던 남편이 운동했던 옷을 빨래통에 넣다가 두둑과 함께 허리를 움직이지 못했다. 한 걸음을 걸어도 옆에서 팔을 부축하거나 일어설 때와 앉을 때 비명 지르는 남편을 돌봐야 했다. 꼼짝없이 남편의 지시에 맞춰 움직여야 했다. 다만, 푹 쉬고 쉬고를, 자고 잤던 것에 대해 당당하게 큰소리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쉬라니까! 사람이 무리하면 못쓴다니까.”

나름 속으론 통쾌했다. 단 그때뿐. 수발을 들어야 한다는 현실을 맞이했다.

남편과 한의원에 갔더니 얼음찜질을 40분간 2시간마다 해 줘야 하고, 앉으면 안 되고 누워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의사는 평소 달리는 거리인지를 물었고, 오르막을 달리는 건 디스크 환자에게 안 좋다고 꾸지람했다. 빨래를 내려놓은 행동은 실질적인 원인이 아니며 디스크가 부어 누적되었던 것이 발현된 것이라고 했다. 장거리 운전으로 허리가 붓기 시작했고 오르막을 뛰며 가해진 충격이 더해졌다는 말씀. 허리가 아픈 사람은 오르막보다 평지를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눈치 없는 남편은 “오르막을 안 달리면 재미가 없는데요?”라는 명대사를 읊었다. 한의사는 찌릿한 눈빛을 날리며 대답을 대신했다.

침을 맞기 위해 베드에 누워야 하는데, 남편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도 남편을 어떻게 잡아 주어야 할지 당황하고 있었고 한의사도 지켜보고 있었다. 남편은 애걸하게 울었다. “선생님~~ 너무 아파요오오.” 어찌나 애절한지 나와 한의사는 미안하지만 웃음이 터졌다.

집에 와서 남편은 누워 끊임없이 나를 불렀다. 핸드폰 충전기를 가져와라, 얼음찜질 준비, 화장실 가는 것, 샤워하는 것, 남편은 이제껏 시키지 못한 한을 이제야 다 풀 듯했다.

며칠 휴가를 내며 일주일가량 남편은 쉬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하는 행운은 있었지만, 모두가 지지고 볶아대는 볶음밥을 연상시켰다.

남편의 허리가 더디게 나아가는데, 이젠 둘째가 열이 나고 기침을 했다. 38도였던 체온은 39도를 넘었고, B형 독감 판정을 받았다. 코를 찌르는 독감 검사는 코로나로 인해 찔렀던 그 고통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아이는 비명을 지르고 나는 눈을 꼭 감고 아이를 잡으며 발버둥 치는 걸 붙잡았다. 몇 초의 시간이 길고도 길었다. 둘째는 자면서 계속 깼고, 나는 중간중간 머리 물수건을 올려주다 체온계를 확인하다 해열제를 먹였다. 잠을 잤으나 왜 안 잔 것 같은 기분인지. 깨길 MSG를 더해 100번 넘게 했다고 어림잡아 올림을 심하게 해본다.

다이어트고 뭐고, 퀭해졌다. 손에 잡히는 대로 입에 뭐든 넣었다. 그리고 틈틈이 잠을 잤다. 누울 수 있는 모든 시간을 누웠다. 그러면서도 남편과 아이들의 도움 요청 쇄도에 일어났다 다시 누었다를 반복했다. 깨어있을 때는 비몽사몽. 남편의 잔소리가 이어지며 나를 달달 볶았다. 쥐어박고 싶었지만, 잘못 쥐어박을 시에는 수발 기간이 무기한 늘어남으로 꾹 참는다.

둘째는 약을 먹으며 난리다. 차라리 알약을 달라며 투정 부리는 것에서부터, 약이 쓰네, 냄새가 이상하네, 맛이 없네까지 먹을 수 없는 이유를 끝도 없이 나열했다. 열이 오르고 힘이 없을 때는 군말 없이 약을 먹더니 이제 약에 대해 까탈을 부렸다. 이제 좀 살만하다는 징조이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겠지만. 이 육신은 자꾸 피가 거꾸로 솟음을 경험한다. 어쩔 수 없이 도라지 차와 생강차, 모과차를 두루두루 끓여 바치며 비위를 맞춘다.

이제껏 먹지 못한 라면과 빵, 아이스크림과 배달 음식을 흡입했다. 이와 중에 입맛은 살아있다. 맛있다는 걸 느끼며 다이어트에 대한 죄책감이 고개를 든다. 다 때려치워야겠다고 생각으로 일상은 엉망이 되었다. 몸무게를 재는 것 또한 파업을 알렸다. 늘어난 몸무게를 확인할 자신이 없었다.

‘어쩔 수 없었어!’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 멘탈은 인정하기조차 싫다고 떼를 부린다.

아이가 아픈 것은 점점 나아지는데 나의 상태는 아이의 증상을 닮아간다. 목이 따끔거리고 두통과 함께 살짝 어지럽다.


식욕을 열심히 조절해 왔는데, 군것질에 손을 뻗고 무언가 입에 집어넣으며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조금 투정 부리려도 되고, 멈추어도 되지만, 언제든 다시 시작하자고 글을 써나간다. 다이어트가 쉬웠다면 누구나 성공했겠지라는 씁쓸한 미소를 지어본다.

‘지금부터, 변명 따위 입꾹닫(입을 꾹 닫는다)’


#다이어트는어려워라는구차한변명

#식욕을열심히조절했으나입터짐은순식간

#몸무게를확인하기무서워

#남편의허리아픔을수발합니다

#어쩔수없다지만받아들이기쉽지않아

#이육신은피가거꾸로자꾸치솟아

#둘째B형독감판정

#갓생사는남편은결국허리부상

#거참쉬엄쉬엄삽시다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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