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 맛집인데?

공복 운동을 시작해 볼까?

by 행복 한스푼

하늘 귀퉁이 어두운 구름이 내비치듯, 느끼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 함께 피어오른다. 체중계 위에 설 때면 떨려오는 그 감정과 마주한다. 자유를 만끽했던 만큼 수치는 정직하게도 올라갔고 그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눈을 질끈 감는다. 다음날부터 아예 체중계 오르지 않는 일탈 같지 않은 일탈을 시도한다.


실내자전거라도 탔던 움직임을, 숨쉬기 운동으로 대체했다. 그러면서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기사를 때때로 클릭했다. 예쁘고 건강하게 마른 그녀들은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누구는 튀김은 절대 먹지 않으면서 공복 운동한다고, 누구는 밀가루, 빵, 면은 먹지 않고 러닝과 간헐적 단식을 병행한다고. 역시 요령은 없다. 적게 먹은 만큼 열심히 소모해야 한다는 당연한 결과만을 확인할 뿐.



실내자전거와 눈이 마주친다. 소상하고 타당하게 핑곗거리를 나열하며 그 눈길을 피할 수 있는 저 너머까지 피해 본다.

“아이들 방학인데 여행도 가야하고요. 밥이며 간식이며 챙겨야 할 게 얼마나 많다고요. 피아노도 한 곡치고, 영어도 한 소절 나불나불하고, 독서와 글도 쓰려면 하루가 얼마나 모자라는지 아나요? 저는 그렇다고요. 그러니까 당신 위에 올라가 발을 굴릴 수 없어요.”


실내자전거의 눈빛이 가늘어지며 얼굴은 단단히 굳어간다.

“못하겠다는 거니? 아령 대신, 스마트폰을 들고 영어 강좌를 들을 수 있고, 책을 읽으면서 발을 굴릴 수도 있잖아. 단, 1분이 없어? 그 1분이면 내 위에 올라가 족히 10바퀴는 넘게 굴리겠다. 그 시간을 모아보면 적어도 10분에서 20분은 만들어질걸? 가슴에 두 손 사뿐히 올리고, 핑계 대지 말아요”

할 말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가시에 찔린 것처럼 찌릿한 마음이 남는다.


실내자전거라는 녀석, 핑계 댈 시간에 실행하라고 한다. 살짝 하고 싶진 않지만, 양심이라는 자아를 주머니 속에서 꺼내듯 끄집어낸다. 시간을 0으로 세팅하고 몇 바퀴 굴려본다. 딱 5분만 타자던 발 굴림은 동그라미를 계속해서 그려간다. 열이 올라 점점 달아오르더니 땀방울의 크기가 몸집을 불린다. 두 손에는 500g의 앙증맞은 아령도 위아래로 옆으로 움직이며 열 일을 한다. 그렇게 10분을 채워가더니 욕심이라는 녀석이 방긋, 15분을, 20분의 시간을 스쳐 간다. 아령의 움직임은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소매로 훔치다 잠시 쉬어도 간다.

무리하면 안 된다고, 처음부터 너무 힘 빼며 안 된다고, 몸을 사린다. 살짝 아쉬운 여운을 남겨야 다음이 설레지 않겠냐는 명언을 던지며, 기쁜 마음으로 그에게 ‘굿바이’를 외치며 내려온다.

공복에 운동하는 건 지방을 바로 태우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걸 알고 있다. 역시 다이어트에 빠삭하다. 일어나자마자 실내자전거를 타자며 주문을 외운다.

아침, 눈꺼풀을 겨우 떼어내며 자전거에 올라가려고 숨을 고른다. 엉덩이가 무거워지며 소파와 떨어질 기미가 없다. 마치 에베레스트라도 등정하는 심정이다. 힘겹게 엉덩이를 떼어내며, 자전거까지 가는 몇 걸음이 모래주머니를 찬 듯 무겁다. 발 굴림을 망설여보지만, 올라왔으니 어쩔 수 없다고 체념의 단계에 이른다. 결국 마음의 저항을 이겨내며 굴림을 시작한다. 한 손에는 아령 대신 스마트폰으로 영어 강좌를 수강한다. 발 굴림은 혀굴림과 박자를 맞춘다. 영어 단어들은 여행을 떠나 거실 소파 모퉁이, 피아노 건반, 부엌의 프라이팬, 접시 위 꽃잎에 내려앉는다.


30분에 할 일을 두 개나 해치웠으니, 효율적인 출발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움직였던 만큼 입맛이 살아난다. 밥은 맛있음을 더해 별것 없는 반찬과 국에도 “이 집 맛집인데?”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운동보다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던데, 문제는 식욕. 운동한 것보다 더 치솟아 오르는 게 난제. 다시 움직임을 줄여 식욕을 억제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실내자전거가 따사롭다 못해 뜨끈히 나를 지켜보고 있음에 입을 다문다. 틈틈이 운동하며, 먹는 것에 사리사욕을 줄일 방법을 궁리한다. 밥 먹을 때 실내자전거를 쳐다보자고 결론을 내린다. 무슨 자린고비의 굴비도 아닌데, 밥 먹다가 그의 눈치를 보기로.

추가로 밥을 뜨러 가다 눈이 딱 마주친다. 그가 손짓한다. “먹은 만큼, 발 굴림을 시작해야 하는 것 알지?” 그의 윙크에 심장이 녹는다. 그래, 안 먹고 덜 운동하기로. 아쉬운 맛집 투어는 그렇게 강제 종료된다.


#쉼쉬기운동만하다가실내자전거를타기로대단한결심

#1분이없냐는뜨끔한말

#발굴림을시작만한다면역시시작이답

#자린고비굴비보다더한거실실내자전거의눈총

#먹는것에사리사욕을던져버리고싶어요

#왜식욕도솟아날까요?

#맛집은바로여기

#영어단어는피아노건반과거실소파부엌프라이팬과접시에살포시내려앉는다

#공복운동좋다는건알고있었죠다만실천을안했을뿐

#날씬해지고싶어읽는다이어트기사들

#다이어트그게뭐라고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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