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만
부드럽고 폭신한 소파라는 공간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길 좋아한다. 구름을 보며 하늘이 짓는 표정을 짐작하고, 바람에 따라 나뭇잎의 흔들거리는 손 인사를 눈인사로 대신한다. 때론 알록달록한 놀이터에 놀러 나온 꼬마 손님도 구경한다.
밖에 보내던 시선이 거실에 머무르면 책을 읽으려 비스듬히 몸을 기댄다. 마음을 붙드는 문장은 시간마저 한참을 붙잡아 놓는다. 존경의 물개박수를 치며 감탄사도 꺼내놓는다.
피아노를 두드리다, 어려운 고비를 간신히 넘겨낸다. 마치 예술가라도 된 듯 자뻑에 취해 어깨가 힘껏 천장까지 올라간다. 기쁨의 세리머니는 덤.
집안일을 하려고, 거실 매트에 앉아 건조기에서 막 꺼낸 빨래의 따뜻함이 좋아 느긋함을 부린다. 그 온기를 손바닥에 저장하며 반듯이 모양을 잡아 갠다. 거실 식탁에 앉아 글을 쓰거나 영어 강좌는 실내 자전거를 타며 건강을 위해서도 나름 애쓴다. 그러고 보니, 거실에서 앉아 있는 시간이 대부분.
활동량을 늘려보려 걸으면서 책을 읽어 보겠다고 선언한다. 읽는 행위보다 움직이는 것에 힘을 썼더니 책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 지나가다 흐트러진 책들을 흘긋 보거나 필기도구도 보았다가 훌라후프에도 시선이 머문다.
이러니 눈동자는 다시 앞부분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같은 단어를 몇 번째 반복해서 읽는 비효율을 반복한다. 결국 소리 내어 천천히 읽어 보겠다며 아나운서라도 된 듯 낭독한다. 발음이 꼬이기도 하고 힘을 주기도 했더니, 벌써 목이 따끔거린다. 그 고통 덕에 조금씩 내용을 이해한다.
거실 한가운데는 때론 무대가 된다. 매트 위 도톰한 방석을 깔고, 그 위에 딸들과 함께 삼각형 모양을 만든다. 돌아가며 한 구절씩 내키는 대로 동작을 만들고, 뒤에 두 명은 열심히 따라 해야 하는 숙명.
음악을 트는 손길엔 언제나 설렘이 존재하고, 전주가 흐르며 눈빛은 마치 실제 콘서트 주인공이라도 된 듯 비장하다. 머릿속은 내 차례에 어떤 동작을 이을지 분주히 움직인다.
잠들어 있던 댄스 본능을 일으켜 세운다. 다만 결심과는 달리 두 손을 오른쪽 왼쪽 휘젓는 율동에 가깝다. 큰딸은 리더라 전체적인 흐름을 진두지휘하고, 둘째는 메인 댄서라 멜로디에 엉덩이의 씰룩거리며 포인트 동작을 만들어 내고, 나는 메인 보컬이라 말하지만 음 이탈로 보답한다. 관객도 주인공도 우리 셋.
춤 동작은 불규칙의 연속, 허리를 돌리기도, 팔다리를 휘젓기도, 때론 앉았다가 일어나기도 한다. 머리를 흔들면서 록커라도 된 듯한 과격함도 선보인다. 중간중간 웃음꽃은 터지고, 동작은 그 뒤를 뒤따른다.
“하나, 둘, 하나, 둘, 이제 턴!”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빙글빙글 둥근 원을 그려나간다. 서둘러 다음 차례는 박자를 놓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려 애쓴다. 그 노력은 이마의 땀방울과 가쁜 숨으로 나타난다. 심장이 콩콩 마치 작은 북이라도 된 듯 울려온다.
앞머리가 이마에 제멋대로 달라붙었다. 땀 범벅, 티셔츠 소매로 얼굴을 훔쳐본다. 볼따구는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지 붉음이 물든 새색시 같다. 찬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뭐가 그리 좋은지 눈빛만 마주쳐도 웃음이 나온다. 이렇게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좋아서.
음악이 빨라지면 우리도 빨라져야 하지만, 나이가 연로한 나는 점점 속도가 느려진다. 팔은 겨우 올라가고, 발 움직임도 서서히 느려진다. 눈치를 보며 쉴 때를 호시탐탐 노린다. 역시 아이들은 눈치가 빠르다. 나를 잡아끌며 열심히 하라며 엄마를 구호처럼 불러댄다.
‘그 성화에 어떻게 안 움직일 수 있겠는가?’ 내 영혼이 저 멀리 가출하도록, 이 몸을 움직여 댄다. 아이들 덕에 열 일하는 내 몸.
마지막 노래가 끝나고 바닥에 철푸덕. 아이들은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지 않느냐며 얼굴에는 기쁨이 물들었다. 같은 박자 속에 들이쉬고 내쉬었던 호흡, 함께한 시간은 또 이렇게 행복을 선물했다.
“엄마, 내일도 콜?”
거친 숨을 내쉬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의 웃음은 박자와 함께 거실 곳곳에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방구석댄서들
#소파를사랑합니다만
#눈빛만마주쳐도웃음이나와요
#이마에앞머리가덕지덕지달라붙도록땀흘린댄스
#연로한나는느려지고있었다네
#피아노치며예술가가된것마냥어깨는천장까지
#큰딸은리더둘째딸은메인댄서나는메인보컬
#음이탈은덤이라네
#다이어트그게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