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만의 강렬한 유혹
“치지직, 치직, 치직.”
색색의 산적은 부침가루에서 살짝 뒹군 후 달걀 물을 덧입는다. 달아오르는 전기 팬의 온도를 확인하고선 수줍은 자태로 몸을 누인다. 이쑤시개로 첫 만남의 어색함을 연결해놓았지만, 여전히 맛살과 어묵, 햄, 단무지는 낯선 감정으로 틈이 존재하나 보다. 숟가락으로 달걀 물을 덧칠해주니 좀 더 친밀한 관계로 이어지고, 미모까지 단정함을 더 해간다.
산적들이 마무리되자 동그랑땡과 명태전이 순서를 기다린다. 그들 또한 미인 콘테스트라도 나가듯 부침가루에서 분을 바르고 달걀 물을 적신다. 동그랑땡은 수많은 동그라미를, 명태전은 도톰한 물고기 모양을 크게도 때론 작게도 만들어낸다. 자신의 맛과 향을 내세우며 노릇노릇 물들어간다.
튀김 팀에서 쥐포 튀김과 새우 튀김이 완성됐다. 맛보는 것은 고된 노동을 위한 작은 선물. 마른 쥐포보다 튀김으로 만나는 쥐포는 조금 더 부드러워지며 짭조름하고 고소함이 더해진다. 마지막엔 살짝 단맛이 입안에 머무른다. 뒤를 이은 새우 튀김은 동그랗게 말려 어여쁜 살굿빛에 붉은빛으로 포인트를 준 모습에 반한다. 입속에서 탱글탱글함이 터지는 쫄깃함에 눈웃음이 새우등 모양으로 변해간다.
부지런한 손은 전을 종류별로 운반하느라 움직임을 멈추질 못한다. 예스 걸인 입은 그런 손의 열심을 거절하지 못해 넙죽 받아먹는다. 그러고선 민망한지 “전은 따뜻할 때 먹어야지!”라고 한마디 던진다. 위는 오물오물 쉼 없이 움직이지만, 쏟아지는 양을 감당하지 못해 울상이 된다. “여기, 이제 꽉 찼다고.”라며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지만, 주인장은 “아니. 조금만 더 먹을래.”라며 생떼를 부린다. 따뜻한 온기가 배 속 가득 넘쳐난다. 기름의 느끼함이 코에서 목구멍으로 그리고 소화기관까지 두루두루 퍼진다.
누웠더니 봉긋해진 배가 그대로 드러난다. 처음엔 아기산이더니 몸집을 불리고 불려 태백산맥과 같은 위엄을 자랑한다. 공기조차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는 걸까? 숨 쉬는 행위조차 버겁게만 느껴진다. 절대 내일은 배가 아프도록 미련하게 먹지 않겠다고 자책과 후회와 반성을, 잠꼬대로 나열한다.
친정,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은 자꾸만 “한 입만” 먹어보라는 권유로 이어진다. 문제는 벌써 열 입째 넘게 먹고 있다. 꼬막의 짭조름한 맛, 가오리 회의 새콤하면서 오독오독 씹히는 맛, 잡채의 다채로움에 젓가락을 놓질 못한다. 분명 배부르다 말하고 마지막 젓가락이라고 선언한 지 오래다. 비명을 지르게 만드는 한우로 인해 결정적 변심을 결정했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 말하고, 내 입속에서 사르르 녹아가는 맛에 인생은 축제다.
명절에 왜 이렇게 폭식하냐고 묻는다면, 음식을 먹어도 눈앞에 또 다른 음식들로 채워진다는 것. 분명 먹고 먹었는데 내가 먹지 않았다고 망각하게 만드는 빠른 공급력, 엄마의 빠르면서 크신 손에 ‘나의 위가 혹시 작은 건 아닐까?’ 자꾸 착각하게 되어서라고, 꼬질꼬질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장거리 이동, 평소와 다른 생활 패턴은 고단함을 조금씩 저장시켰나 보다. 자꾸 눕거나 달달한 무언가를 수혈하며 보상한다. 운동 따윈 쳐다볼 여력이 없다. 그 대가로 확연히 줄어든 바지가 당황스럽다. 어쩔 수 없다는 빠른 포기가 오히려 정신 건강에 좋다. 주섬주섬 다른 바지를 꺼낸다.
“역시, 바지는 고무줄 바지지!”
#명절은전부치는날따뜻한전을입안으로
#한입만먹어봐의위력
#명절엔왜자꾸폭식을하는걸까
#멈추지않는손과거절하지못하는입
#줄어든바지에당황스런
#첫만남의어색함은틈으로남았네
#꽃단장콘테스트
#3초만에입에서사라지는한우
#배불러도먹는아이러니
#숨쉬기조차쉽지않아숨쉴공간은만들어놓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