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봉사 a.k.a 멘토링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무적인 봉사활동은 더 이상 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대학원에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심지어 봉사는 봉사인데 ‘교육’ 봉사라니..
이걸 이수해야 졸업을 할 수 있다는 정보만 알고 막막해하며 1학기가 지났고 2학기가 되었다.
교육봉사를 도대체 어디서 해야 하나 찾아보던 와중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교육봉사 활동이 있는 걸 보고 다른 걸 알아볼 여유가 없는 직장인대학원생은 바로 신청했다.
2학기가 시작하고 봉사활동 시작을 알리는 발족식을 하러 멘티가 있는 지역으로 향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을 했던 것 같은데,
이른 주말 아침 학교에 모여 버스를 타고 강원도로 향하는 여정은 간신히 불씨를 지키던 열정을 꺼트리기에 너무 강력했다. 장장 4시간을 버스에 실려가면서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싶었다. 봉사의 마음은 싹 사라지고 짜증만 났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학교 측에서 물과 음료수는 줬어도 커피를 안 줘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정신력으로 버티며 학생들을 기다렸는데, 갑자기 우르르 들어와 긴장감에 피곤함은 뒤로 쏙 숨었다.
내 생각보다 애들이 많이 크고 건장해서 중학생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서 내가 더 쫄아 있었다.
준비해 갔던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말을 나눠 보면서 느낀 것은 몸만 큰 아이들이라는 게 많이 느껴졌고 한 없이 순수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묻어 나오는 악의 없는 질문들 (물론 귀여웠다.)
아침에 짜증 가득하던 내가 미워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정말 힘들고 피곤했지만 아이들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엄마 아빠가 아무리 피곤해도 약속한 놀이동산에 함께 가주는 듯한 책임감이 생겼다고 해야겠다.
다 같이 하는 활동을 끝내고 드디어 내 멘티와 둘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내 멘티는 발랄하고 귀엽고 똑 부러진다. 음악 게임은 얼마나 잘하던지 활동 내동 점수를 휩쓸어 다른 아이들의 사기 저하를 고려해 강제 휴식을 하기도 했다. 공부도 잘한다.
준비했던 질문을 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열심히 물어보며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나름의 상상을 했고, 아침의 나를 속죄하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만 100번 했다.
내가 서울대는 못 보내줘도 행복한 어른이 되는 법을 알려줄게 라는 마음가짐이었다.
이렇게 우왕좌왕 올해 초부터 진행했던 멘토링이 끝나가고 있다. 매주 주말에 2시간씩 만나며 시험 전엔 수학 공부를 하고, 다른 날엔 직업 조사, 블록 프로그래밍, 직업 흥미도 검사, 습관 형성 활동, 글쓰기, 입시 요강 보는 법 등등 여러 활동을 했었다.
내가 이런저런 사유로 준비가 좀 덜 된 날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멘티를 보면서 후회막심한 마음 + 자괴감의 콤보가 나를 치고 갔다. 왜 졸업 요건으로 속해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힘든 만큼 뿌듯하지만 책임감이 엄청나게 필요했다. 말 한마디 하는 것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준비도 필요했다. 더불어 자아성찰까지,
그래서 요즘 나의 고민은 곧 끝나가는 이 활동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이다.
난 멘티에게 좋은 멘토였을까? 그러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