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기, 덜어냄의 미학
뜨거운 여름이 가고 입학했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벌써 1년을 다녔고 1년 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3학기는 1,2학기를 거치면서 늘어난 스킬(?)과 나만의 기준을 드디어 완성해 한결 여유로워졌다.
1,2학기에 비교해 수강 과목이 하나 줄어서 일수도 있다. 하지만 논문을 써야하기에 마음 한켠이 무겁긴 하다. 무겁기만 하고 실천은 하지 않아서 문제지만.
1,2학기에는 모든걸 챙기려 전전긍긍해서 힘들었다면, 3학기는 소제목처럼 덜어냄의 미학이다.
나는 1년을 다니면서 회사와 대학원에 모두 120%를 쏟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다.
그와중에 내 건강도 챙겨야겠다며 다이어트도 병행하며 온갖 스트레스는 다 챙겨서 살았다.
3학기를 맞이하면서, 아니 아마 2학기부터 실천은했지만 마음을 제대로 먹은게 3학기인 것 같다.
나는 회사에 80% 대학원에 20% 에너지만 쓰자고 마음 먹었다. 대학원에 쓸 20%의 에너지에 해당하는 것은 각종 대학원 관련 행정업무, 활동 신청 등 가벼운 건들은 한번 놓쳐도 상관 없다는 마음가짐이다. 이 마음가짐의 큰 바운더리는 자칫 잘못되어서 한학기 더 다니더라도 어쩔수 없다 라는 마음이다.
대학원의 학사 일정을 따라 가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하되, 사소한 것의 누락은 그냥 모른척 하기로 했다.
나에게 우선순위는 회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사도 다니고 대학원도 다니는데 모를수도 있지!” 라는 마인드셋을 하고 개강을 맞이했다.
이번엔 3일만 학교에 간다. 나 이제 정말 학교를 즐길 수 있을지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서 1,2학기엔 한번도 참석하지 않은 개강총회와 동기모임도 다녀왔다.
지난 학기에 같은 수업을 들었던 분들도 보였고 첫학기를 입학하신 분도 보였다. 마침 내가 제일 높은(?)학기였다. 이것저것을 물어보셨는데 나도 다 고민했던거였고, 열심히 경험 보따리를 풀었다. 재밌었다. 오랜만에 학부생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그렇게 느낌에 취해 학부생과 함께하는 동아리도 가입했다. 이걸 가입한 내 모습이 나도 너무 웃겼지만, 같은 대학원생이 있기에 용기 낼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웃긴 에피소드가 생겼고, 생겨날거란 기대가 있어서 재밌는 하루하루가 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렇게 마인드셋이 중요한거였다. 며칠전에도 적성 검사 신청 시기를 놓쳤는데,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학기 안에 2-3번의 기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학기엔 이런걸 놓치고 무한 후회와 자책을 했었다.
이런거 하나 신경쓰지 못하고 놓치다니! 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냥 아~귀찮네 다음에 신청해야지 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훨씬 훨씬 좋아졌다.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고 봤는데 결정적일 때 항상 못해서 나를 내가 괴롭히다가 이제야 정신차린 것 같다. 이제는 전전긍긍해 하지 않고, 숨가쁘게 퇴근하고 수업을 향해 가면서도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근데 둘러보니까 과잠입은 커플이 너무 많이 보여서 짜증이 나는 날도 있었다.
벌써 중간고사 주간이 다가왔다. 예전에는 중간고사를 봐야하네... 하는 서글픈 마음이었지만, 이번 학기는 약간 다르다. "왜 벌써 중간고사를 봐야하지? 한학기의 절반이 지났다니 말도 안돼 너무 빠르잖아" 쪽에 가깝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사소한 후회의 연속이지만, 입학한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학부 때보다 내가 나를 잘 아는 상태에서 학문을 공부하며,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이런걸 보며 이렇게 느끼는 구나를 더 잘 깨달을 수 있는 것 같다. 컴퓨터교육전공이어서 여러가지 사회 현상을 학문적 이론으로 분석하는걸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기에 더 피부로 와닿는 것 같다.
(물론 전공 수업(컴퓨터) 일 때는 그런 생각은 안든다. 컴퓨터는 진짜 배워도 배워도 어렵다.)
대학원 오세요 ~~
(음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