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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십일 Oct 17. 2024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대학원생

1학기, 열정과 절망 사이

9월, 가을도 오고 개강도 다가왔다.

이제 학교에 가야한다. 막상 가려니 청천벽력 같았다. (그래도 가야지 등록금이 얼만데)


개강 전, 수강신청 때 1차 절망을 맛보았다. 아니 이렇게 다 까먹을 일이었나?

분명 OT 때 설명을 열심히 듣고, 메모장에 써두기까지 했는데 수강신청 페이지에 들어가서 아주 대차게헤맸다. 나 잘 다닐 수 있을까 싶었다.


입학 후 한동안은 핑프가 된 것 같아 자괴감이 들었다. 모든지 내가 직접 찾아서 잘해왔고, 나름 똑부러진다는 소리도 들으며 자라왔는데 대학원에선 아는게 하나도 없고 하나를 알아도 제대로된 정보인지 모르겠으며 공지사항은 왜이렇게 많은가 ?! 이 중 내가 챙겨야할 것은 무엇인지 구분이 하나도 안되었다.


과사가 운영하는 시간에는 정신없이 업무를 하고 있었고 퇴근이 가까워오면 학교 갈 생각에 그제서야 질문거리가 떠올랐다.


그럼 뭐 하나, 과사는 셔터를 내렸는데


결국 OT 를 해주고, 공지를 주시던 나보다 오래 다니신 분들을 괴롭힐 수 밖에 없었다.

메세지를 입력하면서도, 이런 질문을 하루에 열댓개는 더 받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남겨진 동아줄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엔 친절히 오던 답장, 나중엔 OT 문서에 있으니 확인해보라는 날이 선 문장이었다. 이해되어서 할 말이 없었다.


아, 이래서 병행이 힘들다고 하는구나 라는 걸 몸소 느꼈다. 

하나만 집중하기에도 어려운데, 두개를 같이 100%로 하려니 몸과 정신이 죽어나는구나 알게 되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그렇게 대망의 첫 등교날, 첫 수업을 들으러 간 강의실을 잘못 찾아갔다.

출석을 부르는데 내 이름이 없어서 너무 당황스러웠고 강의실을 잘못 왔다는 깨닫고, 벌떡 일어나 쿵쿵쿵 나갔다. 그리고 허둥지둥 조그마한 핸드폰으로 강의실을 다시 확인했다. 아뿔싸, 수강 신청을 마치고 찍어둔 시간표에서 개강 강의실 변동이 있었던 것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제대로된 강의실로 찾아 들어가 자리에 앉아 한숨 돌리고, 전~혀 힘들지 않은 척 교수님께 억지 스마일을 띄우며 첫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렇게 매 주 혼신의 힘을 다해 회사 끝나면 학교로 부리나케 가기 바빴고, 아무리 서둘러도 이동하는 시간이 있어서 수업 시작 2-3분 전에 간신히 도착했다. 


그래도 수업은 재밌었다. 오랜만에 새로운 걸 배워가는 재미도 있었고 대학교 때 배웠던 걸 다시 배우면서
아, 이해도가 그래도 좀 나아졌구나 하는 감정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1학기 때 들었던 수업 중 하나 덕분에 계속 다닐 힘이 났던 것 같다.


대학원에서 선택한 전공은 컴퓨터교육이고, 1학기를 재밌게 다닐 있었던 과목은 교육사회였다. 

내가 상상만하고 정확한 수치나 지표로 표시가 될까 하는 물음에 답을 얻을 있었던 과목이었다. 


예를 들자면, 

자식의 성적은 부모의 재력에서 결정이 정말 될까? 

SKY 에는 정말 경제적으로 풍족한 집안의 자식이 많을까?

우리 사회는 정말 기울어진 운동장일까?


16주 동안 매 주 당장 해결은 할 수 없어서 잊고 지나가고 가볍게 여겼던 사회적 질문을 받으며

생각해보고, 나를 돌아보며 조금 눈이 떠지는 느낌이 들었고 오길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외에 수업시연을 해야하는 과목은 정말 힘들었어서, 

이건 1학기의 또 다른 에피소드로 나중에 따로 써볼까 한다. 정말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힘들었다.

즐겁지만 힘들어, 그래서 소제목을 열정과 절망사이라고 붙였다.

하루에도 몇번씩 열정이 불탔다가 사라지고, 마음은 지옥 끝에 가서 앉아있었다. 사유는 단순했다.


지하철이 조금 밀리더니 지각을 해서, 

학교까지 뛰어가는데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과제가 많아서 주말에도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서,

못다한 회사 일이 마음에 걸려서 등등..


잘 왔다 ! 싶다가도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대학원에 왔을까 싶다가도

결정은 오로지 내 몫이었기에 어디에 하소연할수도 없으니, 그래 열심히 다니자로 매번 종결하며 마음을 다잡고 내일을 위해 잠에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1학기가 끝나더니, 방학을 맞이했다.

대학교 때 맞이했던 방학보다 100배, 아니 100만배는 행복했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게 이런거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회사가 끝나면 집으로 곧장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었다. 마음 한켠엔 운동도 하고 다이어트도 하고 자기계발도 해야하는데 싶었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이제 쉴 만큼 쉰 것 같으니까, 뭐라도 좀 해볼까 했을 땐 다시금 개강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역시 인간은 실수를 반복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회로를 가동했다.

"원래 가장 처음이 힘든 법이라고 하니 2학기 때는 더 수월하겠지"


그 생각은 곧 말도 안되는 것임을 알게 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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