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 마리아께서 엘리사벳을 찾아보심을 묵상합시다.
엘리사벳의 잉태도 신비이고, 엘리사벳이 사촌동생 어린 마리아를 주님의 어머니로 선포하는 것도 신비이다.
가브리엘 천사의 방문을 받았던 마리아는 서둘러서 엘리사벳 사촌언니를 만나러 간다. 이스라엘 북쪽 나자렛에서 남쪽 유다지방까지는 먼 거리이다. 여자 혼자서 갈 수 있는 거리도 아니거니와 약혼자 요셉이 혼자 보냈을 리도 없었을 것이다. 가는 길에 마리아는 얼마나 설레었을까? 자식을 못 낳았던 엘리사벳 언니가 늙은 몸으로 기적의 잉태를 했다니! 기적도 기적이지만 여자로서의 수치를 벗은 엘리사벳 언니를 만나 기쁨을 같이 나누고 싶었다.
불과 30-4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아들 못 낳으면 얼마나 괄시를 받았던가! 그보다 자식을 못 낳으면 첩을 들여서라도 아들을 보던 시대가 있었으니 본 부인으로서 그 치욕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즈카리야와 엘리사벳 시대에는 하느님께서 자식을 주시지 않는 것을 순종으로 받아들였으니 그나마 엘리사벳에게 다행이었다고 해야 하나?
사촌형부 즈카리야의 집에 들어가 마리아가 엘리사벳에게 문안인사를 했다. 지금부터가 진짜 신비 아닐까?
엘리사벳이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내 주님의 어머니, 즉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것을 성령님께서 엘리사벳에게 알려주셨다.
마리아는 엘리사벳 언니를 만나 언니의 임신을 기뻐해주고 자신의 잉태 소식도 조심히 알릴 계획이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말도 하기 전에 탄로(?) 나버렸다. 마리아는 또 얼마나 놀랐을까? 나이 많은 언니가 주님의 어머니에게 예를 갖추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 아닌가! 조선시대로 치면 왕비가 왕세자를 임신하자 친정 나이 많은 언니가 경하를 드리는 것과 비슷할까?
하여간 마리아로서는 언니와 둘이 마주 앉아 이렇게 이야기할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닐까? 구세주가 다윗가문에 태어날 텐데 과연 어느 여인의 몸에서 태어날 것인가 온 이스라엘이 수백 년을 기다려왔는데 "언니 그 구세주가 저에게 잉태된다고 천사가 알려주었어요!" 하고 마리아가 조심조심 이야기하면 엘리사벳 언니는 자기 임신의 기적 보다 더 큰 기적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정말! 정말이니?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은 세세 영원히 찬미받으소서!" 할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성령님께서는 엘리사벳 태중의 세례자 요한을 기뻐 뛰놀게 하며 엘리사벳에게 구세주의 어머니 마리아를 공경하도록 하셨다. 태아로 이 세상에 오신 하느님을 옳게 맞이해야 하지 않았겠는가!
결국 엘리사벳 성녀는 구세주를 처음 알현한 여인이 되었다. 교회는 태중의 세례자요한이 예수님 구원의 은총을 미리 입어 원죄 없이 태어났다고 선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