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om Vitae

케세라세라

학부모로서의 삶

by JVitae

올해 초
핑크를 집 가까운 몬테소리 스쿨로 전학시켰다
처음엔 친한 친구도 선생님도 없어 힘들어 하더니
한두 달이 지나 서로 죽고 못 사는 단짝친구를 하나 만들었다고 했다

오 짜식, 다행이구만

주말에 동네 놀이터에 갔는데
거기 이미 와서 놀고 있던 가족 하나가 우리를 보고는
핑크야!! 하고 불러서 봤더니
핑크 단짝친구라는 라라네 가족이었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어쩌다 직업까지 밝히게 됐다
라라 엄마가 자기 남편을 소개하면서
Seattle FBI 라고

오 신선해

라고 생각했다
엔지니어만 발에 채이는 시애틀에서
첨 들어보는 직업이군

라라네 집은 딸만 둘이라고 했다
핑크 또래의 딸 하나, 포동이 또래의 딸 하나

이래저래 앞으로 엮일 일이 많을 수 있겠네
생각을 하며
점심 때가 다 되어 서로 인사하고 헤어져 집에 오는데

자기야 잠깐만,
근데 아까 라라 엄마가
자기 남편이 head of Seattle FBI 라고 했던 것 같아
내가 Seattle FBI에 너무 꽂혀서
head of는 듣고 그냥 흘려버린 것 같은데
그렇게 말했던 거 같아,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그렇다면 그냥 그런 거지 뭐

며칠 후
애들끼리 친한 김에 둘이 묶어 발레학원을 보내자고 해서
라라네 엄마랑 문자를 주고 받는데
문자메세지 옆에 뜨는 라라 엄마 프로필 사진이 심상치 않아보였다
TED 스피커 같아 보이는 사진

뭐야.. 싶어서 라라 엄마 이름으로 구글 검색을 해봤더니
라라 엄마 이름의 위키페이지가 나오고
뭐 무슨 단체 창립자에
유명한 사회운동가에
하버드 석사를 받고
지금은 무슨 국제연구소에 대표연구원이자 VP이고
그 사람이 쓴 책이 뭐 유명한 책인데 뭐가 어쩌고
젊은 시절에는 모델 겸 영화배우를 하신 적도 있다고

와우 핑크야
어쩜 친구를 아주 제대로 사겼구나

아우 부담스러

일주일에 한번씩 핑크 발레수업을 갈 때마다
45분동안 라라 엄마를 독대해야 하는데
가뜩이나 사회성 부족하고 인간관계 서툰 나로서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부담스럽다
라라 엄마도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인 것 같긴 하다

아무튼
내가 가진 모든 소셜에너지를 총동원해서
그 45분을 넘기고 넘기며 버텨왔는데

서로를 향해 그렇게 불타오르던 핑크와 라라의 우정이
요즘 슬슬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장난하냐 지금

아 나 학부모 노릇하는 거 너무 어렵다
모르겠다 그냥
될 대로 되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