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om Vitae

유전자 결정론

by JVitae

노력하고 노력해서
껍질을 깨고 깨서
지금의 자리에 왔다 생각했다
자긍심도 있었고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날아 든
나는 과연 내가 갖고 태어난 능력의 한계를 넘어 본 적이 있나
하는 의문

언젠가 누군가 김연아 씨에게 물어봤단다
어떻게 그렇게 점프를 하나요
했더니
한번 뛰어봤는데 뛰어지더라, 몸이 돼서 하긴 하는데 나도 신기하다
했다는

나도 물론 노력했지만
그냥 원래 할 수 있을 일이었기 때문에 했던 게 아니었나

그도 그럴 게
수능언어는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결국 120점 만점에 100점을 못 넘겨
나머지 과목들에서 나온 점수들이 힘을 모아 날 대학에 보냈다

대학교 제 1전공이 경제였는데
과목에 '금융'자만 들어갔다 하면 C를 받았다, 화폐금융, 국제금융,
한번 재수강을 해봤는데 학기말 교수님께서 친히 먼저 이메일을 주셨다
주희야 안타깝지만 이번에도 너한테 C를 줘야 할 것 같다
그래도 C 중엔 네가 1등

수학은 타고났나 했더니
stochastic differential equations에 가서 나의 한계를 봤다
시험점수는 좀 냈지만 여전히 그곳은 내게 미지의 세계

코딩도 통계 관련 코딩은 괜찮은데 진짜 본격 코딩은 Recursion부터 버벅거리며
들여다 볼 때마다 두뇌 용량 초과 느낌을 여실히 받는다

나는 열심히 운동을 해도 건강검진에 가면 늘 근육부족,
운동 더 하셔야 돼요
라는 말을 듣고 오는데
운동이라고는 애들 안아주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안 하는 남편은
지금처럼만 계속 하시면 돼요
라는 말을 듣고 돌아온다

그래서 이르게 된
유전자 결정론

아이들을 기르는 지금
큰 애가 이제 겨우 3살이 됐을 뿐인데
주변 학부모들이 벌써부터 애들을 STEM based preschool에 보내니 어쩌니
운동과 음악은 괜찮은데 미술 쪽은 본인이 못 해주니 학원을 더 보내니 어쩌니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다시 떠오르는
유전자 결정론

너희들이 엄마를 닮았으면 수학머리는 있어서 수식은 좀 읽히겠지만 글은 애석하게도 거리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야, 골격상 힘쓰는 일도 어려워
너희들이 아빠를 닮았으면 글은 좀 읽겠지만 운동신경에는 모자람이 있을 것이야, 타고난 근육도 있고 힘은 꽤 쓰겠지만 관절들이 이내 말썽을 부리기 시작할 거다
누구를 닮았든 예술적 감각은 포기하는 게 빠를..
유전자도 변이를 한다지

근데도 벌써 핑크 절친의 엄마에게 말려들어
핑크는 발레를 포동이는 수영을 곧 시작하게 될 것 같다
부모와 함께 하는 클래스들이기도 하고
주말에 애들하고 뭘로든 시간을 때워야 하니
라고 변명 중이긴 한데

과연 나는 앞으로 소신껏 살 수 있을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케세라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