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om Vitae

주는 대로 입어라

아침마다 벌이는 세 살짜리 딸과의 실랑이

by JVitae

그냥 주는대로 입지

이건 싫다, 저걸 입겠다, white shoes를 달라, pink shoes를 달라

긴 머리카락이 눈을 자꾸 찌르니 머리를 묶자 하면

이 삔은 싫다, 분홍 토끼 고무줄 하겠다, 머리가 너무 tight하다, 내가 하겠다

아침마다 실랑이다

핑크에 대한 이야기다


작년 presidents day sale때 final sale을 추가할인까지 받아서

일주일치 복장을 정해 쫙 사들였던 옷들을, 리턴도 안 되는 옷들을,

싫다고 안 입겠다고 해서 충격에 빠진 게 시작이었으니까

벌써 1년쯤 됐겠다


나는 일곱 살 때까지도 우리 엄마가 주는 대로 입었거든?

나는

내가 어떤 옷을 입고 밖에 나가는지 크게 관심 갖지도 않았고

머리는 엄마가 두 눈이 째지도록 바짝 당겨 묶어준 채로, 그럼에도 그 머리에 내가 손대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살았고

겨울이면 춥다고 바람 들 틈 없이 양말을 내복 바지 위까지 끌어당기고 그 위에 스키 바지까지 입히는 탓에 다리가 잘 안 굽혀져도

원래 사람이 이렇게 사는 건가 보다 하고 살았다

어느 날, 그래 너도 이제 많이 컸으니까 이렇게까지 안 껴입어도 되겠다며 엄마가 바지 밑에 입었야 했을 내복을 빼줬던 그날 느꼈던 그 해방감이란


전에는 말을 못 해 그저 신경질과 발길질로만 거부 의사를 표현하던 핑크가

요즘 들어서는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왜 싫고 좋은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이거 봐봐 여기가 쫌 이상하잖아 (티셔츠 한 쪽 분홍색 해골 그림. Still cute!)

이거 이상해. They'll laugh at me..

나 이 dress 입으니까 엄청 예쁘지? 엄마, 엄마, 나 이거 입으니까 엄청 예쁘지?

엄마도 이렇게 뒤에 머리(ponytail) 하고 friends도 이렇게 뒤에 머리 하는데 나는 안 돼. 내가 고무줄로 해봤는데 안 돼. I'm so sad..


아직 3살이라고 별생각 없을 줄 알았더니

어린 나이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그런지

모두가 비슷하게 생긴 한국이 아닌 다인종 국가에서 자라서 그런지

성격이 나하고는 달라서 그런지

그동안 내가 보는 곳에서, 못 보는 곳에서 너는 어떤 일들과 감정들을 겪어왔길래

내가 짐작도 못 한 너만의 이유가 있었구나

미안하다


나는 일곱 살 때까지도 우리 엄마가 주는 대로 입었거든? 근데 쟤는...

나는 진짜 안 저랬거든? 근데 쟤는...


남편을 붙잡고 말하던 내가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었는지

그런 비교로 나는 딸을 상대로 어떤 우위에 서고 싶었던 건지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아침마다 짜증은 현재 진행 중이다

최저 기온이 4도라는데 얇은 민소매 드레스에 쫄바지만 입고 가겠다는 건 좀 아니잖아

기침도 엄청나게 하면서

가디건이라도 좀 걸쳐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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